김종인 "서울·부산 다 이긴다..與분열, 새 대선후보 나올 것"
무소불위 권력 혹독하게 평가할 것
안철수 단일후보? 우릴 만만하게 봐
윤석열 지지율, 욕심낼 정도는 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한국 나이로 82세다. 공자가 논어에서 언급한 종심(從心), 즉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는 70세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여전히 현역이다. 뿐만 아니라 “원로라는 말이 제일 싫다”라고 한다.
그런 김 위원장과 24일 오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실에서 마주 앉았다. 180㎝인 그는 허리는 꼿꼿하게 세웠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인사말 삼아 건강 관리 비결을 묻자 “특별한 거 없다. 가급적이면 마음을 편안히 하려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러곤 "아무래도 여기 온 뒤엔 이런저런 신경을 안 쓸 수가 있나. 엔돌핀이 돌 거라고들 하는데, 엉터리 같은 소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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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한 게 없어 평가 불가. 사법부를 비상식적인 기관으로 만든 게 최악"
Q : 문재인 정부 어떻게 평가하나.
A : 평가할 게 없다. 경제ㆍ정치ㆍ외교는 물론, 그렇게 자랑하던 대북 문제까지, 성취한 게 뭐가 있나. 최악은 사법부를 아주 비정상적인 기관으로 만든 거다. 대법원장의 거짓말과 인사문제 등 보면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사법부가 편 가르기 사법부가 됐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의 손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 때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이가 바로 가인이다. 김 위원장은 공개 석상에서 단어 선택에 신중한 편이지만, 김 대법원장을 향해선 “정권의 하수인”, “비굴하게 연명 말라” 같은 말로 맹비난했다.
Q :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로 안정세다.
A : 코로나 덕을 본 거다.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끼니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코로나 방역 자체도 그동안 우리가 구축해온 여러 의료시스템 덕분이지, 이 정부가 특별히 잘한 건 없다. 돈 없으면 병원 못 가는 미국과 달리 의료보험이 잘 갖춰져 있는 게 대표적이다.
Q : 신현수 민정수석 사퇴 파동 등 정국이 시끄러운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인가.
A : 레임덕 여부는 본인들이 느낄 테니 밖에서 말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현명한 지도자라면 임기 마무리 국면에 잘잘못을 따져 정돈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를 안 한다. 청와대 있을 때는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된다고 착각하게 마련인데, 그야말로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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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10년 전과 바뀐 것 없어”
Q : 4ㆍ7 서울시장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두 곳 다 이기나.
A : 이긴다. 부산도 그렇지만 서울 유권자들은 대한민국 어느 유권자보다 평균 수준이 높고 국정에 관심이 많다. 미래는 불안정하고, 국정은 혼란스럽고, 권력은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걸 어떻게든 평가해서 야권에 승리를 가져다줄 거다. 혹독하게 평가할 것이다.
Q : 서울 선거에서 “단일화 없이 3자 대결해도 이긴다”던 명제는 유효한가.
A : 안철수 후보가 지난해 말 ‘단일 후보로 내가 나가겠다’고 했는데, 이는 곧 자신을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달라는 얘기와 같은 의미였다. 정치인이 나를 단일후보로 만들어달라? 상식적이지 않다. 그땐 안 후보로 단일화가 안 되면 출마를 감행하지 않겠느냐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측면이 있다. 이제는 단일화를 안 할 수 없게 됐다.
Q : 안 후보에 대해 비판적이다.
A : 개인적인 감정을 가질 이유야 없다. 그가 2011년 처음 정치 시작할 때부터 봐와서 어떤 사람인지 안다. 서울시장에 안 나가겠다고 공언하다 출마한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 후보로 나선다면 우리 당이 상당히 호응할 거로 자신만만하게 생각한 것 같다. 우리는 서울시장 단일 후보를 내고, 승리로 이끈 뒤, 이를 바탕으로 대선을 치러야 하는 당이다. 우릴 만만하게 봤다.
Q : 안 후보, 10년 전과 바뀌었나.
A : 별로. 토론하는 건 봤는데, 준비해서 그때보단 말을 잘하는 거 같더라.
Q : 국민의힘이 2승일 때, 그리고 1승1패일때 정국은 어떻게 될까.
A : 2승을 하면 여권 내부가 상당히 복잡해질 거고, 대통령 후보감들도 새롭게 나타날 수밖에 없을 거다. 책임론이 불가피해질 거고,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한 곳에서 진다면? 국민의힘으로선 굉장히 어려워지지만,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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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별의 순간 놓친 뒤 후회해도 소용 없어”
Q : 이번 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인데, “야권 내 유력 대선 주자가 안 보인다”고들 한다.
A : 사람이 왜 없나. 상황이 무르익으면 저절로 나오게 돼 있다. 노무현 후보 때, 당시 민주당에 사람이 있다고 했나? 이회창씨가 계속 선두였다.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도 일찌감치 대통령감이라고 해서 대통령 된 게 아니다.
Q : 윤석열 총장은 플레이어가 될 거라 보나.
A : 현직 검찰총장이라 예단할 수는 없다. 지지도가 20%대인데, 국민으로부터 그 정도 지지를 받는다면 보통 사람은 욕심을 한 번 낼 계기는 된다. 인생에 ‘별의 순간’은 한 번 오는데 놓친 뒤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Q : 야권의 우량주란 얘기인가.
A : 올 초,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한 뒤 변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했을 텐데 바뀐 게 뭐가 있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저러고 있고, 민정수석은 또 사퇴한다고 나오고…. (여권에)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거다.
Q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름도 오르내리는데, 여권 인사 아닌가.
A :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를 했다뿐이지, 별 관계 없다. 코로나 여파로 연말까지 경제 상황이 계속 어려워지면 노무현 정부 말기 때처럼 국민이 경제 대통령을 찾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 위원장과 이런 문답이 오갔다.
Q : 내년 대선 때, 어디 계실 건가.
A : 처음부터 얘기한 대로, 올해 봄에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그만큼 정치 했으면 많이 했다. 더 할 생각 없다.
Q : 재보선 끝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얘긴가.
A : 그 전에 사라질 수도 있다.
Q : 무슨 말씀인가.
A : 내가 상황을 보고 판단할 거다.
Q : 서울 후보 단일화 과정을 염두에 둔 건가.
A : 돌발적인 상황이라는 건 나 혼자 생각하는 거고, 정상적으로 갈 거니 너무 관심 갖지 마시라.
당에서 나간 뒤 ‘자연인 김종인’으로 있을 때, 또 어느 특정인이나 세력이 자신을 세게 당기면 어떻게 할 거냐 물었다. 김 위원장은 망설임 없이 “당겨도 안 간다. 끌려가는 사람 아니다. 더는 안 한다”고 답했다.
권호ㆍ성지원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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