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자산어보' 이준익·설경구·변요한의 자신감 "깊은 여운의 흑백영화"

류지윤 2021. 2. 2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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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개봉
설경구 첫 사극

이준익 감독이 신분을 뛰어넘는 양반과 어부의 우정을 그린다.


25일 오후 영화 '자산어보'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진행, 이준익 감독, 설경구, 변요한이 참석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사도' '박열' '동주'에 이어 또 다시 실존인물 정약전의 조명했던 이준익 감독은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기록한 어류학서가 자산어보"라며 "5년 전 쯤 동학에 관심을 갖게돼 서학까지 공부하게 됐다. 훌륭한 분들이 많았는데 정약전이란 인물에 꽂혔다. 개인의 근대성을 '자산어보'란 책을 영화로 표현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제가 보고 싶어서 찍은 영화다"라고 '자산어보'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역사 영화를 주로 만들고 있는 이준익 감독은 "내가 역사를 많이 아는 줄 아는데, 잘 모르니까 만드는 거다. 조금만 더 알아보자 하다가 영화까지 찍어버린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과 '소원' 이후 8년 만에 재회했다. 설경구는 "영화제에서 감독님을 만나 '책 좀 달라'고 했다. 사극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안썼다고 하시더니, 열흘 후에 보내주셨다. 그게 '자산어보'였다"며 "첫 번째는 따지면서 읽었는데 두 번째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읽을 수록 와닿고 여운이 깊었다. 감독독님이 따뜻하면서도 아픈게 '자산어보'의 맛이라 하더라"고 말했다.


사극이 처음인 설경구는 "그 동안 제안은 많이 받았는데, 용기가 안나 미뤘다. 처음이 이준익 감독님이라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변요한은 "이준익 감독님과 작업 해보고 싶었는데 저에게 시나리오를 주셨다. 글도 좋았고 정약전 역을 설경구 선배님이 한다고 들었다. 당연히 가야하는 작품이었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은 "설경구와 다시 함께한 것 자체가 큰 행운이고 행복이다. 본인이 먼저 책 달라길래 잘됐다 싶었다"면서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10년 동안 같은 방을 썼다. 현장에서 설경구가 정약전 분장을 하고 나오면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설경구는 실존인물 정약전에 몰입하는 과정에 대해 "제가 정약전이란 인물과 같은 마음가짐일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다. 섬에 들어가 이야기가 섞이며 자유로운 사상을 가졌지만 실천을 하지 못했고, 민초들과 만나면서 용기를 가지고 실천을 하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인물들 사이에서 튀지 않고 묻혀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준익은 "가상인물은 연구하고 의논할 수 있지만 실존인물은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부정확할 수 있다. 그저 공간 속에 들어갔을 때 배우가 느끼는 걸 거짓없이 표현하면 그게 곧 캐릭터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변요한은 창대 역을 위해 전라도 사투리와 조선시대 낚시 방법을 익혔다면서 "장치적인걸 준비하다보니,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대의 마음을 아는 게 우선이었다"며 "창대의 시선으로 그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했다. 선배들과 호흡하며 모든 걸 놔버리니 자연스럽게 창대의 눈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정약전은 자료가 많아서 함부로 만들 수 없다. 기록된 것들 안에서 진실로 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창대는 서문에 이름 몇개가 전부였다. 기록에 없는 부분을 만들었다. 변요한은 시나리오 속 창대의 부족한 부분을 연기로 채워졌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변요한의 연기에 만족을 표했다.


'자산어보'에는 동방우, 정진영, 김의성, 방은진, 조우진, 최원영, 윤경호, 류승룡이 특별출연한다. 화려한 라인업에 대해 이 감독은 "제가 캐스팅한게 아니고 설경구 보고 출연해준 거다. 류승룡은 책도 안보고 한다고 했다. '왜 책도 안보냐'고 했더니 '책을 왜보냐'고 하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자산어보'는 '동주'에 이어 흑백으로 만들어졌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와는 정반대의 흑백이다. '동주'는 그 시대의 암울한 공기로 백보다는 흑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컸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만난 세상 안에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이 있기에 흑보다는 백이 더 크다. 노린 건 아니지만 선명하게 구분되어가고 있는 걸 찍으면서 알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준익 감독은 과거의 실존인물을 현대로 소환하는 작업에 대해 "주로 시대의 인물을 그릴 땐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다. 반대로 유명하지 않지만 같은 시대를 버틴 사소한 개인과, 그 주변을 그리다보면 시대의 진정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월 31일 개봉.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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