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의 진화 'C2M'이 뜬다..소비자 입맛대로 공장이 직접 제작·판매

나건웅 2021. 2. 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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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M(Customer-to-Manufacturer).

최근 유통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한 가지다.

C2M은 B2C에서 진화를 거듭 중인 유통 방식의 ‘최신 버전’이다. B2C는 브랜드가 기획·생산한 제품을 유통 회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B2C는 근래 D2C(Direct to Consumer)로 진화했다. 브랜드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 유통 단계를 없애 가격을 최대한 절감하는 구조다.

C2M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먼저 브랜드가 아닌 생산자, 즉 ‘제조 공장’이 직접 플레이어로 뛰어든다. 유통 순서도 바뀐다. 브랜드나 공장이 먼저 제품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다. 유통 플랫폼이 소비자 의견을 공장에 전달하면 공장을 이를 반영해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B2C가 ‘브랜드(B) → 플랫폼 → 소비자(C)’의 단계를 거친다면 C2M은 ‘소비자(C) → 플랫폼 → 공장(M)’으로 바뀌는 것이다.

C2M의 장점은 여럿이다. 일단, 잘 팔린다. 구매 가격, 구매 전환율, 페이지에 머문 시간, 리뷰 등 각종 데이터를 종합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생산자인 공장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소비자 수요에 맞춰 생산하기 때문에 과잉 생산과 재고 비용,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적절한 가격대부터 판매가 잘되는 시기까지 예측 생산하는 덕에 공장의 효율적 운영도 가능하다.

한국에도 C2M 모델이 없잖다. 실력 있는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단골공장’이 대표적이다. 사진은 단골공장에서 펀딩에 성공한 연순직물 공장과 ‘소창행주’. <단골공장 제공>

▶시총 1700조 ‘핀둬둬’ 키운 C2M

▷1년 만에 4배 껑충…알리바바 위협

C2M은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커머스 선진국 중국에서는 C2M 모델이 이미 안착했다.

C2M 트렌드를 이끈 것은 2015년 혜성처럼 등장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 ‘핀둬둬’다. 출범 5년 만에 알리바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초 450억달러 규모였던 핀둬둬 시가총액은 지난 2월 기준 1700억달러 규모로, 1년 만에 4배 가까이 뛰었다.

핀둬둬가 지난 2018년 선보인 ‘핀공장’ 플랫폼은 C2M의 모범 답안으로 꼽힌다. 자사 브랜드가 없는 OEM 업체나 공장과 제휴해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핀둬둬 오리지널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한 것. 2019년 1년 동안 핀둬둬가 선보인 브랜드만 106개, 상품 누적 주문량은 지난해 기준 1억1500만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로봇청소기 회사 ‘찌아웨이스’다. 기존에는 필립스 유명 브랜드에 청소기 OEM 납품을 하는 공장이었다. 핀둬둬는 찌아웨이스에 고성능 로봇청소기가 아닌 바닥 먼지를 빨아들이는 기능에만 집중한 ‘저가형 로봇청소기’ 수요가 있다고 전달했다. 찌아웨이스는 가격을 대폭 낮춘 로봇청소기를 기획했고 현재는 매출 절반 이상이 자체 브랜드에서 나온다.

주방 식기 회사 ‘산허’도 비슷한 경우다. 산허는 기존 OEM 납품했던 냄비와는 전혀 다른 ‘다목적 냄비’를 개발했다. 핀둬둬는 고객이 좋아하는 재질, 색상, 기능, 디자인, 냄비를 선호하는 고객 성별과 나이까지 제공하는 등 제조 과정까지 깊숙이 관여했다.

윤승진 만나통신사 대표는 “핀둬둬 모델은 플랫폼이 고객 주문을 대신 받아 공장에 발주를 넣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핀둬둬 성공 이후 알리바바도 C2M을 도입한 전문 플랫폼과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는 등 중국 이커머스 업계에는 C2M이 이미 일반적인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도 불어오는 C2M 바람

▷‘단골공장’ ‘핫트’ 등 스타트업 중심

한국에도 C2M 시도가 없지 않다.

제조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 ‘단골공장’이 대표적이다. 단골공장은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명장’과 그들이 만든 제품을 소개하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해 구입을 원하는 이들에게 판매한다.

단골공장에서 판매 중인 ‘소창행주’는 C2M 순기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단골공장은 천연 소재 행주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파악해 직물 공장 ‘연순직물’에 행주를 만들어 팔자고 제안했다. 한 장에 3900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행주 1800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부터다. 소창행주 소비자 후기에 손수건, 주머니, 기저귀 등 다른 제품도 만들어달라는 문의가 빗발쳤다. 소비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소창원단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기획했고 그 이후로도 6번이 넘는 펀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홍한종 단골공장 대표는 “C2M은 중소·노후 기업을 발굴하고 소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도 높다. 실제 단골 공장에서 펀딩 후 여타 대형 플랫폼이나 대기업으로부터 입점·생산 주문을 받은 공장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C2M 커머스’를 표방하는 플랫폼도 나왔다. SNS 인플루언서 기반 커머스 플랫폼 ‘핫트’다. 핫트는 소비자 리뷰와 반응을 데이터화해 모으고 소비자가 선호한다고 판단되는 상품만 입점시킨다. 입점했다고 해서 바로 판매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핫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8600명의 검증을 받는다. 판매를 희망하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써보고 만족한 경우에만 판매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남긴 후기는 모두 데이터화돼 OEM 업체에 전달되거나 핫트 입점 기준에 반영된다.

소비자 수요가 실시간 반영되다 보니 플랫폼 성격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핫트 운영사 ‘소셜빈’은 과거 유아 제품 제조사였다. 출범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유아·생활용품 판매가 많았다. 하지만 SNS 소비 데이터 분석 결과 소형 가전과 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고 현재는 자연스럽게 소형 가전·식품 카테고리 입점 비중과 거래액이 크게 늘어났다. 핫트 관계자는 “본인의 취향과 비슷한 인플루언서가 직접 추천한 상품이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구매 전환율은 업계 평균 5배에 달하는 5%, 반품율은 1%에 불과하다”고 자랑했다.

국내 최대 규모 가사도우미 매칭 플랫폼 ‘대리주부’에서 최근 내놓은 커머스 플랫폼 ‘닥터주부’도 C2M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먼저 지난 6년간 대리주부를 통해 축적한 고객 후기와 상담 톡, 리뷰, 평점 등을 인공지능(AI) 언어로 수집 가공해 데이터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청소 제품을 기획·생산해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봉재 대리주부 부대표는 “데이터 분석 결과 설거지 비누, 삼베 수세미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파악해 PB 제품을 생산했다.기존 회원에게는 맞춤형 상품 제안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화장실 청소를 자주 주문했던 고객에게는 화장실 청소용품을, 부엌 청소 서비스를 이용했던 회원에게는 기름때 세제를 추천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C2M 특성상 한국에서는 크게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한종 대표는 “C2M은 맞춤 소량 생산, 또 재방문 단골 고객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장이 방대한 중국에서는 소량 생산만으로도 이익이 남지만 한국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윤승진 대표 역시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일단 플랫폼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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