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당 前윤리심판원, 대리기사 때리고 경찰엔 "너 죽었어"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전 부원장이 대리 운전기사 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는 중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그는 경찰서에 연행된 직후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다 죽은 줄 알라”고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복수의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정치권과 수사당국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민주당 윤리심판원 부원장을 지난달까지 맡았던 변호사 A씨를 운행 중 운전자 폭행(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설 연휴 기간인 지난 13일 오후 8시 30분쯤 서울 이태원동의 한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행이 부른 대리운전을 이용했다. 술에 만취한 상태였던 A씨의 목적지는 여의도 한 호텔이었다. 자신의 K9 차량이 출발하자 그는 운전 중이던 대리운전 기사 B씨의 옆구리를 때리고 귀를 잡아당겼다.
B씨는 기자와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A씨가 운행 경로를 문제 삼으며 ‘나를 납치하려는 것 아니냐’, ‘X새끼’ 등 욕설을 하며 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여의도 호텔 앞에 도착하자 A씨는 B씨를 운전석에서 끌어내린 뒤 팔로 머리를 감싸며 ‘헤드락’를 하기도 했다고 B씨는 전했다.
이어 B씨 신고로 경찰이 도착하자 A씨는 도주하면서 쫓아오는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연행과정에서 경찰차량을 발로 차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영등포경찰서에 도착해서도 A씨는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A씨는 경찰을 향해 “내가 누군 줄 아냐”, “너희 죽은 줄 알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A씨는 “나 변호사다”라고 10여 차례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 부원장을 맡았다. 윤리심판원은 폭행, 음주운전 등 당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국회 표결 당시 당론과 달리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에게 지난해 5월 ‘경고’ 처분을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지난 2018년 A씨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었다.
A씨는 또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예비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 부위원장,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만취 상태여서 ‘블랙아웃’ 됐었다. 일행이 대리기사를 부른 것도 몰랐다.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니 차에 타 있어 납치된 것으로 오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B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경찰 측에 그 뜻을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수사 진행 중이어서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활동과 관련해선 “당원도 아닌데 지인의 부탁으로 했던 것”이라고 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차량 블랙박스, 폐쇄회로(CC)TV 영상과 진술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를 한 뒤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대리기사 B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뒷좌석에 아랫사람 대하듯 말하고, 특히 귀를 잡아 당겼을 때는 너무 화가 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릴까도 생각했다”며 “일단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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