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스크 공무원' 제보했다가.. 당진시 '보복행정' 논란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당진시청 전경 |
ⓒ 당진시 |
지난해 11월 24일 YTN은 <"마스크 써주세요" 했다가 봉변... 동행자는 시청 공무원>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충남 당진의 한 커피숍에서 업주가 손님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고 했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며 당시 현장에서 찍힌 영상과 함께 전했다. 커피숍 주인이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고 요구하자 손님이 입만 가린 채 따지기 시작하다가, 커피숍 주인의 마스크를 벗기려는 듯 여러 차례 손을 뻗었다는 게 리포트의 요지다.
이틀 뒤인 26일에는 <"마스크 써주세요"에 버럭한 손님, 알고 보니> 기사를 통해 "알고 보니 업주의 마스크 착용 요구를 무시한 남성은 당진시청 관리자급 공무원이고, 함께 있던 일행도 당진시청 공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후 여러 언론이 이 같은 내용을 다뤘다. 보도 다음 날(11월 27일) 당진시장이 사과한 데 이어 긴급 인사위원회를 열고 해당 간부공무원과 동행했던 공무원을 직위 해제했다. 하지만 당진시는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직위 해제 된 공무원들을 복귀시켰다.
이런 가운데, 당진시 공무원들이 관련 사실을 알린 커피숍과 당진시청 공무원의 이름을 실명 보도한 지역 언론사에 대해 '보복 행정'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당진시대>만 취재제한에 절독... 당진시 공무원노조 "정당한 항의"
당진시청을 취재해온 지역신문인 <당진시대>는 지난해 11월 30일 <'턱스크' 논란 간부공무원 두 명 직위 해제> 기사에서 대상 간부공무원의 실명과 함께 사건 개요를 실었다. 이 신문은 또 두 간부공무원에 대해 일문일답 형태로 사건에 대한 의견과 해명도 들었다. 두 간부공무원의 인터뷰 내용은 각각 <"물의 일으켜 죄송">, <"와전된 부분 있어 안타까워">라는 기사로 보도됐다.
▲ 당진시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 당진시대 |
이들은 또 노조 정기대의원대회 회의를 통해 신문 절독을 결정했다. 공무원노조는 회의 결과를 노조원들에게 전하면서 '<당진시대> 기자의 갑작스러운 방문 취재와 전언 취재는 반드시 거절해 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이후 당진시청(읍면동사무소 포함)에서 구독하던 <당진시대> 72부 중 48부가 구독 해지됐다.
이 신문의 임아연 기자는 "당진시청을 취재하는 모든 언론사와 기자에게 적용된 게 아니고 유독 <당진시대>에만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턱스크 논란이 된 간부공무원을 실명 보도한 데 따른 표적 대응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 기자는 "<당진시대> 보도는 이미 다른 많은 언론에서 해당 공무원의 직책과 직위를 공개한 뒤였다"며 "행위자가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공무원인 데다 공적인 사안이라 신문사 내부의 보도 원칙에 따라 실명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단체가 실명 보도를 문제 삼아 특정 신문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공무원의 갑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진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턱스크 실명 보도가 계기가 됐지만, 또 다른 실명 보도나 잘못된 기사로 인한 피해사례가 많아 내부 의견에 따라 구독 거부와 취재 제한 조치를 결정한 것"이라며 "보복이 아닌 정당한 항의"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잘못된 기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턱스크 보도와 관련해 특정 언론사만을 문제 삼은 데 대해 이 관계자는 "(행위자의) 실명을 보도한 언론은 <당진시대>뿐"이라며 "이로 인해 가족들까지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 2020년 11월 24일 YTN 보도화면 갈무리 |
ⓒ YTN |
당진시 건축과는 2일 해당 커피숍을 방문해 가게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불법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또 커피숍 간판도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간판이라며 철거를 명령했다. 이튿날인 3일에는 시청의 또 다른 팀에서 커피숍을 방문해 내부에 설치한 데크가 불법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지난 23일에는 직위 해제됐던 공무원이 몸담았던 허가 부서에서 찾아와 가게 주차장 시설에 대한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밭으로 돼 있는 부지에 자갈(골재)을 깔아 놓아 무단으로 형질변경을 해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지난 2018년 개업 이후 단 한 번도 지적을 받지 않다 한 달만에 연달아 단속을 받은 것이다. 당진시가 턱스크 사건을 언론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보복 행정에 나섰다는 논란이 제기된 이유다. 이 커피숍은 최근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진시 해당과 관계자들은 "해당 커피숍에 대해 국민신문고를 통한 신고가 접수돼 사실확인을 거쳐 적법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복행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답했다.
김홍장 당진시장 "국민신문고 접수 따라 적법 처리"
시민·언론단체에서는 당진시 공무원들의 대응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기동 대전·충남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당진시 고위 공무원의 행위는 공중보건과 관련한 공적인 일로 실명 보도를 하는 게 매우 정당한 언론사의 보도행위"라며 "이를 문제 삼아 구독 거부 등 불이익을 주는 것은 행정의 보복이자 탄압으로 매우 심각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커피숍에 대한 당진시의 집중 단속 대응 또한 국민신문고를 내세운 행정갑질를 의심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신문윤리실천요강 등은 취재원은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한다. 익명을 통한 피해자 보호의 경우 공익제보자 또는 내부고발자, 범죄 피해자 등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공무원노조가 문제를 야기한 간부공무원을 비판하기보다 이를 실명 보도한 작은 언론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며 "당진시장 또한 소속 공무원들이 당진시 세금과 공직자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행위를 더는 묵인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홍장 당진시장은 25일 오마이뉴스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신문절독과 취재제한은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이라며 당진시 행정과 무관하고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시장은 "카페(커피숍)에 대한 당진시의 집중단속도 국민신문고를 통한 신고에 따른 것으로 보복으로 진행된 단속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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