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입장에 맞춰서는 곤란"..초등교과서 무단수정 교육부 직원 징역형
법원, "문제 없다던 교과서 정권 교체뒤 고쳐"
박근혜 정부 당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집필자 동의도 없이 무단으로 수정한 교육부 직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2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사문서위조 교사, 위조 사무서 행사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교육부 전 과장급 공무원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교육부에 파견돼 교과서 편찬업무에 관여한 지방교육청 소속 교육연구사 B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출판사 직원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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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에게 편찬위원장 도장 임의로 찍게 해
교과서 정책을 담당했던 A씨는 2016년 집필된 ‘2018학년용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내용 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는 등 213곳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부하직원에게 편찬위원회 협의록에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찍게 시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박 판사는 ‘편찬위원장이 교과서 수정에 반대하자 A씨 등이 일부 교수와 교사를 위촉한 뒤 내용 수정을 협의하고 교과서를 고쳤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박준범 판사는 “대한민국 수립을 정부 수립으로 바꿔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한 차례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편찬위원장을 의사결정에서 완전히 배제했다”며 “실무자의 전화부탁을 교육부의 최종적, 공식적 입장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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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새 정부 들어 정반대 행위, 정당성 찾기 어려워"
이어 “(정권 출범 이전까지) 대한민국 수립 문구를 지적하는 민원에 문제가 없다던 피고인이 새 정부 들어 갑자기 정반대 행위를 한 것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며 “미래세대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에서 중요한 사무를 담당하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A씨는 다른 직원에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문구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허위 민원을 제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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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교과서를 정권 세력의 정파적 입장에 맞춰서는 안 돼”
앞서 지난해 11월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집필자 도장을 임의로 사용하는 등 교육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범죄로 교과서를 정권 세력의 정파적 입장에 맞춰서는 안 된다는 국민 기대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씨의 변호인은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사로운 의도가 없던 데다 책임을 A씨에게 모두 지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문제가 된 사회 교과서 집필 책임자였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2019년 10월 28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 “교과서는 가치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교과서 수정에 반대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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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조 진주교대 교수 "교육부 요청 있었지만 수정에 반대"
당시 박 교수는 “2017년 9월 교육부 관계자로부터 수정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고쳐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며 “그런데도 집필 책임자인 내가 요청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져 교과서가 수정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바뀌는 것은 옳지 않고 교육부가 앞장서서 그러한 일을 하는 것도 옳지 않다”며 “교과서는 정치적 판단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씨 등이 기소된 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6학년 사회 교과서는 여전히 국정교과서고 교육부가 수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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