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빛" "싫지만 불이익 걱정"..1호 접종자들 엇갈린 심경

정진호 2021. 2. 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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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맞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만 바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차 접종 시작일 백신을 맞기로 한 김신범(44)씨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서울 중랑구의 유린원광노인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시설 종사자다.

23일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서 진행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의훈련. 사진 중랑구청.

국내에서 이뤄지는 첫 백신 접종이 하루 앞(26일)으로 다가오면서 접종을 앞둔 이들의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접종 대상자인 전국 요양병원‧시설, 노인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종사자의 93.8%인 34만 4181명이 백신 접종에 동의했다. 이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은 28만 9271명이다.


첫날 아침 접종자 "미안할 일 없었으면"
김씨는 26일 오전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백신을 맞는다. 오전 8시 45분까지 보건소로 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요양시설에서 일하다 보니 친한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조문도 못 간 경우가 몇 번 있었다”며 “그때마다 마음이 정말 안 좋았는데 요양원 어르신들의 면역력이 안 좋으니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아 이런 미안함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같은 보건소에서 함께 일하는 요양원 동료 19명과 함께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이들 모두 김씨처럼 지난해 2월부터는 가족 경‧조사 참석도 미루는 등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을 경험해야 했다. 김씨는 “아스트라제네카보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빨리 맞아야 요양원 어르신들도 걱정 없이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전국 동시 1호 접종"
접종 첫날 첫 번째 접종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오전 9시에 이뤄진다. 중랑구 ‘1호 접종자’로 선정된 요양보호사 이모(63)씨는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이제야 희망의 빛이 보이는 기분”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특정 한 명을 ‘1호 접종자’라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작하는 요양시설의 입소자 및 종사자 분 모두 첫 번째 접종자”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첫 백신 접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서 보건소 관계자가 백신 접종 주사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다음 달 2일 접종 예정이라는 수도권 요양병원의 김모씨(34)는 “우리는 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장난처럼 하기는 하는데 불안감이 조금 있더라도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며 “독감 예방접종이라고 생각하고 맞으면 앞으로 코로나19 걱정은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부는 "맞기 싫지만 사실상 강제"
일각에선 국내 첫 접종 대상이 된 것에 불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의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강모(59)씨는 “안 맞고 싶은데 안 맞을 수가 없으니까 맞는다”며 “요양시설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높은 사람들이 먼저 맞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안심할 텐데 우리가 힘이 없으니까 먼저 맞아보라는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거부했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동의했고, 다음 달 초에 접종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D-1…경찰 지키고, 전국 백신 이송

전국 요양병원·시설의 입원자 및 종사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루 앞둔 25일 오전 대구 중구보건소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이송 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의 이송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5일 오전 8시부터 이천 물류센터에서 서울 시내 총 162개 요양병원과 보건소까지 백신을 수송하는 차량에 대해 에스코트를 했다. 백신 도착 시각에는 순찰 차량과 무장한 경찰까지 배치했고, 중앙접종센터엔 24시간 기동대 및 순찰차를 배치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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