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구글 뉴스사용료, 한국선 못받는 이유
‘이 법이 제정되면’ 구글 검색엔진을 중단하겠다는 협박도,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모조리 끊어버린 결단도 효과는 없었다. 버티던 빅 테크 두 곳은 최근 호주 언론사들에게 뉴스콘텐츠 사용 대가를 지불하기로 태도를 바꿨다.
거물들을 움직인 건 호주 정부의 미디어 협상법이다. 구글이 검색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게 믿을만한 뉴스라면,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앱 체류시간을 늘리면서도 가짜뉴스 소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게 뉴스라면 합당한 비용을 내라는 법이다. 호주의 성과를 확인한 유럽연합도 유사 법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페이스북을 견제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럽 언론에 ‘과금 기술’까지 개발해주겠다며 힘을 보탰다.
한국에선 어떨까. 구글은 첫 화면에서 한국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뉴스를 추천한다. 그러나 구글이 네이버·카카오 같은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는 아니다. 문제가 있어도 이 회사에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 구글의 버티기 때문일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한국에선 신문법에 따라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가 되려면, 본사가 있는 지자체에 등록하고 뉴스 배열 책임자도 지정해야 한다. 구글은 2019년 서울시에 이 사업자로 등록하려다 퇴짜를 맞았다. 뉴스서비스를 하는 건 구글LLC인데, 이 본사가 해외법인이란 이유에서다. 플랫폼 기업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나 뉴스를 유통할 수 있는 마당에…. 참 게으른 법이다.
이를 이유로 구글은 ‘한국에선 유료 뉴스를 소개할 채널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호주에서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가 구글 뉴스앱 쇼케이스에 입점하는 대가로 받는 뉴스사용료 역시 한국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기술기업들이 장악한 뉴스 유통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오질 않으니, 한국에서 포털의 뉴스 지배력은 흔들림이 없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네이버는 언론사에 뉴스 저작권료 개념의 전재료 대신, 뉴스에 붙는 광고 수익을 배분해 준다. 이건 뉴스사용료가 아니다. ‘트래픽’ 자산을 공유해줄 테니 디스플레이 광고 영업을 하라는 얘기다.
물론, 법을 정비한다고 해서 뉴스의 가치가 절로 올라가는 건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공짜보단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상품)’의 가치를 따진다. ‘가불구취(가치관과 불일치하면 구독 취소)’도 재빠르다. 테크&비즈니스 뉴스레터 ‘팩플’을 제작하면서 매일 묻곤 한다. 구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인지 아닌지. 그 답을 찾는 건 미디어 몫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건강한 저널리즘을 지속하기 위해선 기존 질서를 다시 봐야 한다. 전 세계가 호주의 미디어 협상법을 지금 들여다보는 이유가 거기 있다.
박수련 팩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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