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간부 "소통 굿" 20대 직원 "천만에"

노승욱 2021. 2. 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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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문화 설문 조사해보니

“직원들과 소통이 잘된다.”

직장인 설문 결과 39.6%가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소통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함정이 있다. 세대별로 살펴보니 50대에서 ‘소통이 잘된다’는 응답이 50.8%로 압도적이었다. ‘소통이 잘 안 된다’고 응답한 20대 비율은 22.2%로 50대(7.3%)의 3배가 넘어간다.

매경이코노미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지난 2월 16일 20~50대 남녀 500명에게 자사 조직문화에 대한 의견을 설문한 결과, 세대별 인식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같은 사무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지만 사실은 ‘동상이몽’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재택근무 동상이몽

▷재택근무, 젊은 직원 ‘선호’ 간부급 ‘글쎄’

조직문화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는 ‘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중복 응답 가능)’에 대한 답변에서 두드러진다.

‘상사가 꼰대라서’라는 응답이 20~40대는 각각 67.9%, 74.1%, 40%였던 데 반해 50대만 11.1%로 확 떨어졌다. 반면 ‘부하 직원이 소극적이어서’라는 답변은 40대(20%), 30대(14.8%), 50대(11.1%), 20대(3.6%) 순이다. 50대는 자신의 리더십, 20대는 자신의 팔로워십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30~50대는 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 1위로 ‘사내 소통 문화나 정책, 시스템이 부재해서’를 꼽았다. 특히 30대(77.8%)와 40대(68%) 응답률이 평균(66.3%)보다 높았다. ‘낀 세대’로서 조직 내 소통 문제를 회사가 나서서 관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엿보인다.

최근 입사한 2년 차 이하 신입사원에 대해서는 ‘개인주의가 너무 강해 못마땅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0대(36.1%), 30대(29.4%), 50대(28.6%), 20대(16.7%) 순으로 나타났다. ‘스펙은 좋은데 업무 역량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도 40대가 28.6%로 50대(26.9%), 30대(25.2%), 20대(21.4%)를 제치고 가장 높다. 간부급보다는 실무자급에서 신입사원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회사 조직문화가 수평적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아니다(수직적이다)’가 37.8%로, ‘그렇다(수평적이다)’(31.8%)보다 높았다. 특히 ‘매우 수직적이다’가 11.6%로 ‘매우 수평적이다’(4.4%)를 크게 앞질렀다. 최근 수평적 조직문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수직적 조직문화가 여전한 모습이다. 여기서도 50대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조직문화가 수직적이다’라는 응답이 50대는 30.6%로 20~40대의 평균치인 40.2%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다. ‘이 정도면 예전보다 수평적이다’라고 생각하는 ‘라떼(나 때)는 말이야’의 발로로 해석된다.

‘회사에 충성도가 있는가’라는 물음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 20대에서는 ‘충성도가 있다’ 응답률이 31.7%로, 50대(63.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30대는 44.4%, 40대는 49.2%다. ‘현재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그렇다’는 응답이 50대는 70.2%로 20~40대(39.7~56.5%)보다 월등히 높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애사심이 강해지거나, 애사심 있는 직원만 오래 남아 있거나일 테다.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도 세대별로 확연히 다르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고 편하게 근무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라는 응답이 20대와 30대에서는 54.8%, 57.9%로 높지만, 40대와 50대에서는 37.1%, 26.6%로 뚝 떨어진다. 반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어 생산성 측면에서는 출근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은 20대(17.5%), 30대(21.4%)보다 40대(33.1%), 50대(25.8%)가 더 높다. 눈에 띄는 점은 ‘재택근무를 하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는 응답률이 3.2~6.5%로 세대 불문 낮다는 것. 재택근무가 편의성, 효율성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창의성 측면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재테크·부업 활발한 2030

▷“급여 부족해 적극 투자” 4050의 두 배↑

‘현재 다니는 직장 외에 부업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안 하고 있다’는 응답이 82.8%에 달했다. 부업을 하는 이들은 ‘1개(14.2%)’가 가장 많다. ‘2개(1.2%)’ ‘3개 이상(0.8%)’이라는 답변은 미미하다. 그러나 ‘현재는 부업을 안 해도 조만간 할 계획이다’라는 응답이 33.2%로 꽤 된다. 특히 20대(34.1%), 30대(38.9%), 40대(36.3%) 응답률이 50대(23.4%)보다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젊은 세대에서는 부업에 대한 관심이 적잖음을 보여준다.

‘근무 시간에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활동을 한다’는 응답은 57.2%로 ‘전혀 안 한다(42.4%)’보다 많다. 특히 30대(72.2%)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최근 ‘부동산 패닉바잉’의 주축이 30대였음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20대는 56.3%로 두 번째로 높았다. 젊은 세대일수록 급여에만 만족 못하고 투자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대, 30대는 근무 시간에 재테크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근무 시간에라도 적당히 하는 것은 괜찮다’는 응답이 각각 57.1%, 60.3%로 40대(50.8%), 50대(46%)보다 높다. ‘급여만으로는 부족하니 본업에 다소 지장이 있더라도 적극 해야 한다’는 응답도 20~30대는 각각 12.7%를 기록, 40대(6.5%), 50대(5.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면 ‘본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근무 시간에는 안 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대(39.5%), 40대(38.7%)가 20대(24.6%), 30대(22.2%)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사무실에 있지만 마음은 서로 다른 콩밭에 가 있는 셈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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