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서 540만원짜리 '맥북' 샀는데 '철판'이 왔다
지난 2월 중순 쿠팡에서 애플의 최고급형 노트북 컴퓨터 '맥북프로'를 구입한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비닐포장을 뜯고 상자를 열었는데 맥북프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맥북프로와 크기·두께·무게 등이 흡사한 '철판'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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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포장 새제품, 내용물은 '황당'
A씨는 이 사연을 지난 22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애플 관련 커뮤니티 '맥쓰는 사람들'에 올렸다. A씨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돼 이런 철판이 유통되는지 어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맥북이 아닌 철판이 상자 안에 들어가 있었다. 철판에도 애플의 '사과' 로고가 찍혀 있다.
24일 쿠팡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A씨가 구입한 제품은 가격이 544만원에 이르는 16인치 크기 맥북프로다. 쿠팡이 애플로부터 정식 유통자격을 얻어 '로켓배송'으로 판매한 물건이다. 이날 쿠팡 측은 중앙일보에 논란이 된 A씨 사례를 확인하고, 피해자에 대한 환불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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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맥북프로 2개 '철판 바꿔치기'
쿠팡 측은 반품 제도를 악용한 일부 고객의 '어뷰징'(남용) 행위로 파악했다.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인 B씨가 A씨에 앞서 맥북프로를 구입한 뒤 맥북프로만 빼고 철판을 넣고 반품 한 사례다. B씨는 맥북프로 2개를 구입한 뒤 모두 반품했다. 쿠팡 측은 반품으로 되돌아온 제품 2개의 내용물이 철판 등으로 바뀐 것을 확인하고, B씨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 혜택 중 하나로, 사용한 제품이어도 30일 이내에 무료로 반품을 받아주고 있다. B씨는 쿠팡에 맥북프로 두 대를 반품하며 비닐포장까지 씌워 새제품인 것처럼 꾸몄다. 비닐포장이 뜯긴 경우 쿠팡이 반품된 물건을 검수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고 A씨 측에 물건이 재판매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비닐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쿠팡이 온전한 제품으로 오인하고 새제품으로 판매해 발생한 일이다.
쿠팡 측은 "구매 및 반품 내역 등을 바탕으로 어뷰징 사용자를 특정하고 형사처분 등을 검토 중"이라며 "일반적으로 반품 제품은 포장이 벗겨져 있어 검수 팀에서 상자를 열어보거나 무게를 가늠해보는 등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번 사례는 비닐포장이 보존돼 있어 새 물건으로 오인해 다시 판매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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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검수책임, '리퍼'로 표기했어야"
쿠팡의 미흡한 검수 과정과 이 제품을 '새상품'으로 판매한 부분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제품설명 화면에 '새제품', '중고상품', '박스훼손', '리퍼'(미개봉반품) 등 제품의 상태를 구분해 사용자에게 고지한다. 철판을 배송받은 A씨 사례의 경우 '새제품'으로 맥북프로가 판매됐다.
법무법인 바른의 백광현 공정거래전문 변호사는 "쿠팡도 (비닐포장 때문에) 속아 넘어간 상황에서 억울할 수는 있지만, 한 번 판매된 제품을 새제품으로 판매한 점과 반품으로 되돌아온 제품을 면밀히 검수하지 않은 것 등에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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