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인사 보도한게 범죄냐" 기자가 묻자..박범계 "그만하자"

하남현 2021. 2. 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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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핀셋인사 보도 범죄 행위, 피의사실 공표"
법조계 "신현수 사태 책임 면피하려 언론 탓"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대전보호관찰소를 방문 기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있다.김성태/2021.02.24.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한 '핀셋 인사' 가능성을 경고한 언론 보도에 대해 '범죄 행위'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최근 수사현안이나 인사와 관련해서 특정 언론에 보도가 되는 경우가 있는 데 피의사실 공표죄가 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대전을 방문해 한 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의 구체적 인사 내용 보도를 놓고 "피의사실 공표죄"라고 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공직 인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피의사실 공표와 결부시키는 건 '고무줄' 법 적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범계 “인사 관련 특정 언론 보도 우려…대책 필요하다”
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최근 검찰 핀셋 인사에 대해 보도한 것이 검찰의 언론 플레이라고 말했고, 범죄 행위라고도 했는데,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고 요구하자 "핀셋 인사와 관련 법사위 발언을 갖고 말하는 것 같은데 수사 현황과 관련해 법률적으로 피의사실 공표죄가 있고 정확한 명칭이 피의사건 형사사건 공개 금지 원칙”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최근 수사현안이나 인사와 관련해서 특정 언론에 보도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진과 공방은 계속됐다.

Q : 기자 : 인사가 형사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인가, 인사 관련 보도가 왜 범죄 행위인가.
A : 박 장관 : 인사는 비밀사항이다.

Q : 기자 : 그러면 인사는 보도하면 안 되나.
A : 박 장관 : 이 정도에서 그만하자.
박 장관은 기자들과 '핀셋 인사'를 놓고 공방을 벌이느라 예정된 40분 간담회를 10분 앞서 서둘러 마쳐야 했다.


최강욱·김용민 "언론 플레이" 공격, 박범계 더 나가 “범죄 행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대전보호관찰소를 방문 기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앞서 박 장관은 지난 22일 법사위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언론의 '핀셋 인사' 보도를 놓고 "범죄 행위"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Q : 김용민 : 검찰 입장에서 누군가의 승진을 막고 싶을 때는 부적절한 승진, 전보 인사를 두곤 찍어내기 인사라는 기사가 나온다.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 같다.
A : 박범계 : 언론에서 이러저러한 (인사) 하마평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핀셋 보도가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범죄 행위이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당시 “검사 인사와 관련해서 심각한 언론 플레이들이 있었다. 특정인이 복귀하지 않으면 무조건 찍어내기 인사라고 준동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여권이 언론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태로 번진 검찰 인사에 대해 보도한 걸 싸잡아 '언론 플레이’라고 공격하고 박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범죄 행위’까지 거론한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이용구 차관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대부분 언론이 신 수석 사의를 촉발한 박범계 장관의 2월 7일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시작으로 지난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까지 전 과정을 추적 보도했다. 검찰 인사가 정권과 검찰 관계, 중립성을 가늠할 척도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전 장관의 지난해 1월부터 세 차례 소위 ‘윤석열 라인 학살 인사’로 인해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박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 역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패싱', 대통령 '사후 재가'의혹에 이어 사의 파문을 낳았다.

당시 대부분 언론이 보도한 대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이후 중간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이성윤 지검장과 대립한 변필건 부장 등을 콕 집어 ‘핀셋 인사’로 교체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간부를 요직에 앉히는 초안을 마련했다는 기사도 쏟아졌다.

이에 윤석열 총장이 “검사장급 인사에선 업무 연속성을 도모한다고 해놓고 중요 수사나 업무를 주도해온 중간 간부는 바꾸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검·서울중앙지검 '핀셋 인사'를 말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어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은 22일 검찰인사위원회에 참석하며 “임의적인 핀셋 인사는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며 공개발언도 했다.

신 수석의 사표 파문이 불거지며 '핀셋 인사' 대상으로 거론된 변필건 부장을 비롯한 주요 수사팀이 유임된 게 박범계 장관의 취임 첫 인사에 대한 언론 보도의 흐름이었다.


법조계 "상식 밖…신현수 면피용 언론 탓", 野 "재갈 물리기”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24일 언론의 인사 보도를 피의사실 공표죄와 결부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법 적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피의사실 공표죄는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되는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는 경우 성립한다.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사실 공표는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으로 한정하고 있어 박 장관의 발언은 무리가 있다”며 “인사 관련 보도가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인사가) 비밀인지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중재위원장을 지낸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어떤 게 피의사실 공표냐”고 반문하며 “법리적으로 갈 것도 없이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이 지난 7일 일요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기습 발표로 신현수 수석 사퇴 파문은 물론 대통령 ‘패싱’ 논란까지 낳아 놓고선 인사 잡음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정치적 행동을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 감찰본부장 출신인 정병하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피의사실 공표가 안 된다는 건 당연하다”며 “(박 장관의 발언은) 원칙이나 법리에 따른 발언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22일 법사위에서 “(범죄 행위 발언은) 액면 그대로 언론에 대한 협박이고, 언론 재갈 물리기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하남현‧박사라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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