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출렁..美 국채 금리 급등 '나비효과'에 긴장하는 까닭

김기환 2021. 2.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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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75.11포인트(2.45%) 하락한 2994.98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선 아래에서 장을 마감한 건 지난 달 29일 이후 처음이다. 뉴스1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최근 급등한 10년물 국채(國債) 금리의 ‘나비효과’가 한국 금융 시장을 흔들고 있다. 한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고, 증시엔 찬물을 끼얹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든다.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일반인은 잘 거래하지 않아 생소한 국채가, 그것도 미국 국채가 부쩍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먼저 투자자산 중 하나인 국채의 성격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국채는 중앙정부가 자금을 조달하거나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무증서다. 채권 발행 시 정한 금리에 따라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준다. 정부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채권 중에서도 신용도가 높다. 1년·3년·10년·30년식으로 만기를 정해놨다. 인플레이션의 향방을 따질 때 지표로 삼는 금리가 10년물 금리다. 국고채 전문 딜러만 거래할 수 있다. 은행과 보험사ㆍ연기금ㆍ증권사ㆍ투자신탁회사 등 기관 투자자 거래 비율이 95% 이상이다.


최근 급등 美 10년물 국채 금리

반등하는 한·미 국채금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초강대국인 미국의 국채는 채권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바로미터’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23일(현지시간) 기준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1.37%까지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병 직후 0.5% 선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가파르게 올라 1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

금리가 오른다는 말은 채권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최근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에 막대하게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끌어올리면서 미국 국채 금리를 밀어 올렸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 추가 부양책까지 밀어붙이자 금리 상승세에 불을 붙인 모양새다.


국내 시장 곳곳서 '충격'
한국 시장에서 영향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국 국채 금리부터 들썩인다. 23일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92%에 장을 마감했다. 2019년 4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의 최대치다. 장단기 금리 차를 나타내는 10년물과 3년물 금리 차는 0.902%포인트를 기록했다. 2011년 1월 이후 10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이 벌어졌다. 장단기 금리 차 확대는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의 신호로 여겨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채권 시장이 선방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를 고려할 때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 상단을 2% 내외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과 주식은 대체재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에 몰린 돈이 움직일 수 있다. 미 국채금리 상승→달러 강세→외국인의 한국 국고채ㆍ주식 매도→한국 국채 금리 상승,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코스피는 24일 전일 대비 2.45% 하락한 2994.9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내준 건 지난달 29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이날 오후 홍콩에서 증권 거래세 인상을 발표한 영향도 받았지만,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소식에 전 세계 증시는 이달 들어 기세가 확연히 꺾인 분위기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플레이션에 의한 미 국채 금리 상승 부담이 증시 부진의 배경이 된 가운데 홍콩 인지세 인상 등의 이슈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주식 시장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5% 수준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올해 전망치 상단인 1.5% 수준에 육박한 만큼 국내 주식 시장에 단기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비상등 켠 기재부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사상 최초로 1700조원을 넘겼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국내 경제가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 유동성 확대로 버티는 상황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실질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더구나 4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0조원 안팎의 추경까지 추진할 경우 국채 발행이 늘어 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기재부는 경고등을 켰다. 23일 거시경제금융회의선 미국발 국채 금리 상승이 논의 주제였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며 “국채 금리 변동성이 확대할 경우 적극적으로 시장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3월에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국채를 3월에 모두 찍어내지 않고 매달 비슷한 물량을 공급할 것”이라며 “국채 발행 기간을 연중 분산해 다양하게 하는 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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