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천하' 맞설 국내파의 자존심..스트라이커 양동현
지난 시즌 부진 씻기 위해 땀방울
올 시즌 목표 15골, 통산 100골도
27일 개막하는 2021시즌 K리그1(1부)은 어느 때보다 외국인 골잡이들이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시즌 득점 2~4위 일류첸코(전북 현대), 세징야(대구FC), 팔로세비치(FC서울)가 건재한데, K리그 대표 토종 스트라이커 이동국과 정조국은 나란히 은퇴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중반 합류해 K리그 적응을 마친 구스타보(전북)와 중국 리그로 떠난 득점왕 주니오의 대체자 루카스 힌터제어(울산 현대)까지, 쟁쟁한 외국인 공격수들이 리그 득점왕에 도전한다. K리그는 지난 4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가 득점왕을 독식했다.
이들에게 맞서 토종 골잡이의 명예를 세울 주인공은 양동현(35·수원FC)이다. 통산 315경기에서 93골로 현역 K리거(역대 13위) 중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다. 이동국(228골)과 정조국(123골)의 계보를 이을 K리그 스트라이커로 꼽힐 만하다. 올 초 성남FC에서 수원FC 유니폼으로 갈아입어 새 소속팀에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2(2부)에 참가한 수원FC는 올 시즌 1부로 승격했다. 전지훈련지인 제주 서귀포 숙소에서 만난 양동현은 "전지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회복했다. 새 시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동현은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불렸다. 16세 때인 2002년 대한축구협회 차세대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 1기에 뽑혀 프랑스 FC메스로 유학 갔다. 유럽 선수 못지 않은 체격(1m86㎝, 80㎏)에 골 결정력까지 뛰어난 그는 유럽 현지 스카우트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덕분에 이듬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 레알 바야돌리드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바야돌리드 1군 프로 계약 직전 허벅지를 다친 탓에 무산됐다. 결국 국내로 돌아와 2005년 울산 현대에서 K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꾸준한 득점으로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섰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던 2017시즌엔 19골을 몰아치며 타가트(22골, 당시 수원 삼성)에 이어 득점 2위를 차지했다. '용광로 스트라이커'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다. 이듬해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세레소 오사카(2018년)와 아비스파 후쿠오카(2019년)에서 뛰었다.
하지만 K리그로 돌아온 지난 시즌 부진했다. 성남에서 3골에 그쳤다. 일부 성남 팬은 "양동현은 이제 끝났다. 은퇴해야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물론 득점 찬스도 많지 않았다. 성남(1611회)은 광주FC(1543회), 인천 유나이티드(1418회)와 더불어 공격진영 패스가 가장 적었다. 이에 대해 양동현은 "환경은 핑계다. 결과만 놓고 보면 기대에 못 미친 게 맞다. 운동장에서 다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정적 평가는 좋은 자극이다. 올해는 득점으로 확실하게 인정받겠다. 그동안 믿어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15골이다. 오로지 축구에 '올인'하기로 했다. 먼저 수원종합운동장 앞으로 이사했다. 걸어서 5분 거리다. 훈련·경기 전후로 이동시간과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운동 외 시간은 회복을 위해 휴식이다. 김도균 감독도 돕고 있다. 스트라이커는 득점이 최우선이라며 그의 수비 부담을 덜어줬다. 양동현은 10일 안산 그리너스와 연습경기에서 60여 분만 뛰고도 두 골을 터뜨렸다.
양동현은 "'고시생'의 마음가짐이다. 좋은 공격수라면 두 경기에 한 골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선을 다하되 기록 달성에 대한 욕심을 부리진 않겠다. 부담감을 내려놓으면 15골도, 7골 남은 통산 100호 골 고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30대 중반인데,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양동현은 "숫자에 불과하다. (이)동국, (정)조국 형은 내 나이 때도 전성기였다. 올 시즌 토종 스트라이커 '양동현'과 '수원FC'의 비상을 기대해달라"며 웃었다.
서귀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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