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 선두 아틀레티코, 왜 유효 슈팅 '제로(0)'였을까

유현태 기자 2021. 2. 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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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유효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첼시의 전략에 지나치게 맞추려던 것이 독이 됐다.


아틀레티코는 24일 오전(한국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아레나 나치오날러에서 열린 20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에서 첼시에 0-1로 패했다. 안방에서 패한 아틀레티코는 부담 속에 16강 2차전 원정을 떠나게 됐다.


아틀레티코의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분명 부진한 경기력이었다. 첼시가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을 고려해도 유효 슈팅이 없었던 것은 의외의 결과다. 아틀레티코는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선두를 달릴 정도로 흐름이 좋다.


역습 과정에서 몇 차례 기회를 무산시킨 것이 '유효 슈팅 0'으로 연결된 가장 큰 이유일 터.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아틀레티코의 최근 전술적 색을 유지하는 대신, 첼시의 경기 운영을 막기 위해 수비부터 신경썼다. 그래서 공격 기회 자체가 적었다. 수비 쪽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공수의 밸런스가 깨졌다고 볼 수 있다.


첼시는 사실상 3-4-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부임한 뒤 변형 스리백을 구사한다. 최후방을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안토니오 뤼디거로 꾸리면서, 양쪽 윙백인 마르코스 알론소와 칼럼 허더슨오도이는 공격 시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다. 두 명의 윙백은 메이슨 마운트-올리비에 지루-티모 베르너와 함께 첼시가 경기장을 좌우로 넓게 쓰도록 만들었다.


아틀레티코는 5명의 공격수에 대처해 6명의 수비수로 맞섰다. 마리오 에르모소, 펠리피, 스테판 사비치, 마르코스 요렌테가 포백으로 나섰고, 윙백의 전진에는 윙어인 앙헬 코레아와 토마 르마가 수비에 가담해 대응했다. 부족한 허리엔 주앙 펠릭스가 내려와 도와줬다. UEFA에 제출된 포메이션은 4-4-2였지만, 수비할 땐 사실상 6-3-1에 가까웠다.


수비적으로는 아틀레티코가 효과를 봤다. 후반 23분 터진 지루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에 실점하긴 했지만, 첼시도 아틀레티코의 촘촘한 수비 때문에 뚜렷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UEFA에 따르면 시메오네 감독도 "두 팀 모두 정말 열심히 뛰었다. 정말 득점 기회가 적었고, 첼시는 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주 팽팽했다"고 평가했다. 골키퍼 얀 오블락도 "경기 전략은 언제나 수비를 잘하는 것이다. 나쁜 경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비에 이은 공격적인 면이었다. 아틀레티코는 전매특허인 역습을 펼치지 못했다. 속도를 올리기 전에 압박 당하면서 번번이 공을 빼앗겼다. 이는 6명이나 배치된 수비 전술의 패착이기도 했다. 6-3-1 포메이션을 세우면서 대부분 필드플레이어들은 수비를 위해 페널티박스 근처에 포진해 있었다. 역습해야 할 거리가 워낙 긴 데다가, 공격진에서 위협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애초에 부족했다. 최전방에 수아레스 혼자서 모든 수비수를 상대할 순 없었다. 시메오네 감독도 "경기를 아주 잘 통제했지만, 공을 빼앗은 뒤에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며 공격 전환이 기대만큼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첼시는 반대로 확실히 자신들의 플랜A를 펼쳤다. 주도적으로 공격하고 전방 압박을 강하게 펼쳤다. 덕분에 점유율 59%-41% 우위, 슈팅 수 11-6로 우위를 점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상대편 진영에서 경기를 주도하면서, 집중력을 절대 잃지 않고 단순한 실수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틀레티코가 빠른 역습에 아주 강하다는 걸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 8명의 선수가 페널티박스 안에 있으면 고전할 거란 걸 알았다. 의도는 경기 강도를 아주 높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주 잘하는 것이다. 숨쉴 틈을 절대 주지 않고, 역습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아틀레티코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예측해 전방 압박에 무게를 싣고 나왔다는 뜻이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의 통계 역시 이러한 경기 양상을 뒷받침한다. 경기 90분 가운데 31%가 아틀레티코 진영에서, 중원에서 49%, 첼시 진영에서 20%가 진행됐다. 첼시의 진영에선 공이 그리 돌지 않았다는 뜻으로, 위기 자체가 적었다는 걸 방증한다. 그나마 실점 이후 아틀레티코가 추격을 위해 전진해 첼시를 압박한 것이 포함된 수치다.


여기에 아틀레티코가 준비했던 승부수 역시 먹혀들지 않았다. 아틀레티코는 전체적으로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준비했지만, 킥오프 직후엔 일거에 전방 압박을 걸면서 첼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전반 2분 전방 압박, 사울 니게스가 골문 앞까지 전진해 에두아르 멘디 골키퍼의 공을 가로채기도 했다. 여기서 득점이 연결됐다면 경기는 아틀레티코의 뜻대로 흘렀을 것이다. 아틀레티코가 몇 차례 더 흐름을 끊기 위한 전방 압박을 시도했으나, 유효 슈팅까지 연결하진 못했다.


2차전은 사뭇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 아틀레티코는 무조건 승리를 거둬야 8강행을 바라볼 수 있다. 1-0으로 이길 경우 연장에 돌입하고, 그 외의 스코어로 이기면 8강에 오를 수 있다.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 역시 변형 스리백을 펼쳐 공격적인 운영으로도 재미를 봤다. 왼쪽 측면에 야닉 카라스코를 배치해 윙백과 윙어를 겸하게 하는 것이다. 수비할 땐 파이브백이지만 공격할 땐 수비 3명만 두고 모두 전진하는 형태다. 6명까지 수비를 늘려가면서 첼시에 실점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과 달리, 공격을 활발학 주고받는 난타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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