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닿을 수 없어서 더 찬란한 '라스트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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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매개체로 이와이 슌지 감독이 또 하나의 첫사랑 영화를 만들어냈다.
닿을 수 없는 곳에 편지를 쓰는 이들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허전하고 허망했던 인생의 빈칸이 채워진다.'라스트 레터'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미사키(히로세 스즈 분)가 남긴 마지막 편지로 시작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러브레터'에서도 동명이인에게 잘못 배달된 편지라는 설정으로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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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 다카코·히로세 스즈·후쿠야마 마사하루·모리 나나
'러브레터' 나카야마 미호·토요카와 에츠시 특별출연
편지를 매개체로 이와이 슌지 감독이 또 하나의 첫사랑 영화를 만들어냈다. 닿을 수 없는 곳에 편지를 쓰는 이들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허전하고 허망했던 인생의 빈칸이 채워진다.
'라스트 레터'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미사키(히로세 스즈 분)가 남긴 마지막 편지로 시작된다. 미사키의 장례식이 끝나자 딸 아유미(히로세 스즈 분)는 이모 유리(마츠 다카코 분)에게 동창회 초대장을 건넨다. 유리는 언니의 부고를 알리기 위해 동창회에 가지만, 동창들은 유리가 미사키라고 착각한다.
유리는 그 곳에서 자신의 첫사랑 쿄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 분)와 재회한다. 사실 쿄시로의 첫사랑은 유리의 언니 미사키다. 유리는 쿄시로가 언니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조언하고 러브레터를 전달해주며 그의 곁에서 마음을 키웠던 과거가 있다. 유리는 쿄시로에게 미사키인 척 다가가 메시지를 주고 받고, 남편의 오해를 사 휴대전화가 망가져 소통의 창구가 막힌다. 유리는 쿄시로에게 받은 명함에 적힌 주소로 손편지를 적어 보낸다.
쿄시로는 발신인 주소가 없자 졸업앨범의 주소로 편지를 보내고, 그 집에 머물고 있던 아유미와 유리의 딸 소요카(모리 나나 분)가 받게 된다. 두 소녀는 미츠키인 척 쿄시로에게 답장을 하고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엄마가 그리운 아유미, 첫사랑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쿄시로. 둘은 한 사람을 떠올리며 마음을 편지로 주고 받는다. 영화는 쿄시로의 시선과 회상을 통해 학창시절과 현재가 교차편집되며 그 시절 가장 반짝반짝 빛났던 미사키, 쿄시로, 유리를 만나게 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러브레터'에서도 동명이인에게 잘못 배달된 편지라는 설정으로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는 21세기에 잘 쓰지 않는 손편지를 끄집어내 첫사랑의 감성을 완성했다. 간단하고 편리한 SNS, 메신저로 손 편지를 쓸 일이 없는 지금, 고민하며 한글자씩 종이에 눌러담는 행위가 반갑다. 이외에도 쿄시로의 필름 카메라, 유리 남편의 손으로 그리는 만화 원고 등 90년대를 그리워할 수 있는 매개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러브레터'가 훗카이도의 작은 도시 오타루의 설원을 배경으로 해 겨울의 대표 영화가 됐다면 '라스트 레터'는 센다이의 녹음과 반짝거리는 햇빛, 귀를 울리는 매미소리로 여름의 색채를 영상에 담아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아름다운 첫사랑의 영화를 그리고 있지만 결말은 누군가 반드시 떠난다. 이와이 슌지는 헤어지는 결말을 정해놓고 각본 작업에 돌입한다. 누구나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꼭 이루어져야 해피엔딩일까. '라스트 레터'의 결말은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하다. 쿄시로와 이유미는 그 동안 몰랐던 미사키의 진심을 서로를 통해 알게 되며 세상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다. 24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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