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공동체 그리고 미나리
[장민 기자]
▲ 영화 <미나리> 포스터 |
ⓒ 판씨네마(주) |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무려 59관왕을 꿰차고, 거대 규모의 시상식 수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며 많은 국내 대중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 한국인에게는 꽤 익숙할 이름, 아이작 리 감독의 영화 <미나리>다.
영화에서는 미국에 이민을 간 한국인 가족이 할머니(순자)와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상황, 감정, 관계,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지금부터 이 영화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그렇지 않았더라도 다시 조명해보면 좋을 '미나리'의 매력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여러 의미와 방향으로써의 공감
호통치는 아버지와 말리는 어머니, 그리고 늘 손주 편인 할머니. 한국에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어디서 많이 봤거나 경험해 본 구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이 영화는 넓은 스펙트럼의 공감대와 은근한 보편성 가진 영화다. 누군가는 미국에 이민 간 그들을, 혹은 한국인 가족의 모습에, 자녀의 입장에, 누나이자 아이였던 앤에게, 혹은 할머니에 대한 인상에, 교회와 이웃에 대한 관계 등 구체적인 인물과 많은 상황에 공감할 것이다. 또한 제이콥(스티븐연)에게 공감하더라도 어떤 이는 그의 다정함 사이 깃든 엄격함과 호통에 긴장할 수 있고, 혹은 그의 막연함과 무능력이 곁든 도전에 분노할 것이며, 어떤 이는 가장으로서의 그의 근심과 무게에 공감할 수 있다.
▲ 영화 <미나리> 스틸컷 |
ⓒ 판씨네마(주) |
서로를 구하자는 약속과 믿음으로 미국에 왔던 모니카와 제이콥. 하지만 상황은 진전되는 듯 그렇지 않다. 마치 부드러운 햇빛과 바람이 불어와 무턱대고 좋다가도 폭우와 천둥 몇 번에 무너질 듯 불안한 그곳 날씨처럼 말이다. 무자비한 많은 현실과 그로 인한 갈등은 모니카와 제이콥이 서로에게 한 약속을 막아서기만 한다.
반면 처음 만난 순간부터 경계하고, 서로에게 종종 토라지며 툭탁거려 도무지 함께 살 수 없을 것 같은 두 아이와 순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를 구한다고 볼 수 있다. 심장이 약해 그 넓은 들에서도 늘 뛰지 말라는 부모님의 외침에 발걸음을 멈춰야 했던 데이빗은 할머니와 함께 뛰며 더 강한 아이가 된다.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질병 때문에 몸 가누기도 어려워진 순자에게 데이빗은 손을 내민다.
▲ 영화 <미나리> 스틸컷 |
ⓒ 판씨네마(주) |
현실과 닮은 미나리
이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이자 한 공동체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데이빗과 순자는 처음 만나 함께 살아가게 된 사이다. 구성원 5인 모두 각자가 가진 가치와 특성과 경험이 너무나도 다르다. 그런 이들이 한데 모여 서로 도우려 하기도 하고, 일방적인 사랑을 주기도 하고, 골탕 먹이기도 하고 행복해하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영화 속 공동체, 그리고 현실의 우리 또한 미나리와 닮아있다. 영화 속 농사의 대상도 아니었고, 그저 순자가 저 멀리 습지에 심어놓은 미나리. 결국 그 미나리는 데이빗 가족에게 일말의 안도와 희망이 된다. 함께 라는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는 요즘,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맛보게 해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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