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이 '특별고문' 박찬호에게 들은 조언

김식 2021. 2. 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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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샌디에이고 김하성의 모습. AP=연합뉴스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이야기할 것이다."

'투 머치 토커' 박찬호(48)의 각오가 만만치 않다. 김하성(26·샌디에이고)은 이미 꽤 많은 말을 들은 것 같지만, 앞으로 더 그럴 것이다.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구단의 특별 고문인 박찬호가 김하성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24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에 따르면 박찬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김하성에게 절대로 샤워할 때 고참 등을 밀지 말라고 조언해줄 것"이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이 기묘한 조언은 박찬호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한양대 재학 시절인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한 박찬호는 그해 스프링캠프 첫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훈련을 마치고 샤워장에 들어간 박찬호는 비누칠을 마친 뒤 옆에서 샤워하는 동료에게 등을 밀어주겠다고 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선·후배끼리 등을 밀어주는 게 흔했다. 특히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더 그랬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기겁할 일이었다. 박찬호는 김하성이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샌디에이고 시절 박찬호의 모습. 게티이미지

박찬호는 "김하성이 (미국 문화를) 빨리 배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귀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내 얘기를 들려줄 예정"이라며 "필드 위에서는 알아서 해야 하지만, 필드 밖에서는 가족처럼 지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고참이자, 샌디에이고 특별고문으로서 박찬호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박찬호는 인터뷰에서 김치 에피소드를 꺼냈다. 그는 "내가 한국 음식을 먹을 때마다 다저스 동료들은 안 좋은 말을 했다. 김치는 스테이크 큰 덩어리보다 내게 힘을 줬기에 난 김치를 먹어야 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했고, 나는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단지 (김치) 냄새가 싫었을 뿐"이라고 했다.

당시 박찬호는 MLB 계약을 했으나 이내 마이너리그로 떨어졌다. 미국 진출 3년 차부터 '코리안 특급'으로 활약했다. 그의 어머니가 LA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할 때였다.

또한 박찬호에게는 양아버지와 같은 이들도 있었다. 피터 오말리 전 다저스 구단주가 그랬고, 얼마 전 작고한 토미라소다 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믿고 지원해주는 이들 덕분에 낯선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박찬호는 김하성이 팀 동료 중 적어도 한 명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김하성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박찬호는 "김하성에겐 내가 있고, (오말리 전 구단주의 조카인) 피터 새들러 구단주가 있다. 좋은 단장과 좋은 감독, 좋은 팀 동료들이 있다"며 "그들은 젊고, 친절하다. 그래서 김하성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계약하는 건 쉬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피터 새들러 구단주는 한국에서 온 선수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 수 있는 바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 연착륙하고 있다. 그는 이날 비대면 줌(Zoom) 인터뷰에서 "샌디에이고 구단과 선수들, 코치진, 프런트가 가족처럼 자신을 대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자신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 박찬호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래도 박찬호는 더 해줄 말이 많이 남은 모양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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