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류현경 "'아이' 영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됐으면"

류지윤 2021. 2. 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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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직업여성 연기 호평
"나는 김향기 덕후"

류현경은 '아이'를 찍으며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굴곡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주는 김현탁 감독의 시선, 배우·제작진이 편견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달하려 한 마음이 된 순간이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류현경은 '아이'가 뜻 깊고 소중하다.


'아이'는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 종료 청년 아영(김향기 분)이 생후 6개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영채(류현경 분)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뜻한 위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류현경은 극중 직업여성과 싱글맘이란 편견 속에서 상처를 받지만 아영을 만나며 앞으로 나아가는 영채를 연기했다.


류현경은 과거 내면에 슬픔과 아픔이 차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에 대해 '꼬불꼬불한 사람'이라고 적은 적이 있다고. 류현경은 영채를 만나 '꼬불꼬불한 사람'을 다시 소환했다. 굴곡진 삶을 살아온 영채의 마음이 계속 신경 쓰였다. 영채를 연기하기 위해 거창하게 준비하기 보단, 그저 영채가 매일 하나씩 상실해나가는 것들을 고찰했다.


"영채처럼 상처를 드러내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영채는 매일 주변 인물, 소중한 기억, 사람들에 대한 관계를 잃어가고 있잖아요. 굉장한 상실감으로 아팠겠죠. 그래서 매일 불안해했을 거고요. 감독님, 배우들과 영채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함께 공유했고, 알게 모르게 제 안에 쌓인 것들이 연기를 통해 차곡차곡 나온 것 같아요."


자신의 영화를 몰입하며 보지 못한다고 고백한 류현경은 '아이'를 보면서는 눈물을 흘렸다. 그에게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촬영한지 얼마되지 않아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처음 볼 때 제 연기 보느라 정신 없는데 이 영화는 모든 정서들과 우리가 함께 나눈 배려의 기억에 생각나서 더 울었어요."


류현경은 '아이'를 통해 사회의 적나라한 시선과, 그런 사회의 편견으로 고단하게 살아내는 영채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아직 엄마가 되보진 못했지만 조카를 키우고 돌봤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영채 뿐 아니라 우리 가슴 속에 내면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식으로 생활하고 행동하는지 중점을 뒀어요.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 잘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자료조사를 많이 해주셨어요. 저도 홀로는 아니지만 육아를 하시는 분을 관찰했고요. 특히 조정치 정인 부부 집에 놀러가서 관찰을 많이 했어요.(웃음) 그리고 저는 제 조카를 거의 키웠다고 생각해요. 언니가 바로 복귀해서 엄마와 함께 육아를 했거든요. 그 경험도 도움이 됐고요. 관찰하면서 느낀 감정의 굴곡들과 심리들을 현실적으로 제 안에 잘 투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결핍과 자기 혐오로 가득한 영채가 애쓰는 태도가 안타까우면서 공감이 갔다. 이 감정들이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영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마음이 있을거라 생각해요. 영화에서 영채의 상황이나 감정이 연민의 도구로 쓰이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더 진심을 담아 연기 했고요."


삶이 고단한 영채는, 자신의 아기 혁을 부잣집에 입양보내자고 찾아온 여성과 술집에서 나이가 많다고 무안을 주는 남성에게 거친 욕설을 퍼붓는다. 이 장면마저 현실적이다. 그는 부단한 노력과 공부를 통해 탄생한 장면이었다고 귀엽게 강조했다.


"주변에 욕 잘하는 사람들한테 가서 발음까지 적어서 컨펌 받고 상의했어요.(웃음) 메이킹 필름에 찍혔는지 모르겠지만 욕도 순서가 있더라고요. 적고 암기하면서 욕하는 걸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류현경은 모두가 아는 '김향기 덕후'다. 김향기와 한 작품에 출연한다고 생각하니 떨리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품하기 전보다 지금, 김향기에게 더 빠져있다.


"처음 향기와 만났을 때 혹시 내가 좋아하는 걸 아냐고 물으니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도 팬으로서 향기에게 잘 보이고 싶었어요.(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했죠. 신기하게 카메라가 돌아가면 아영 자체로 보이게 연기를 해줬어요. 눈빛, 말투, 온 몸의 기운과 정서가 아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자연스럽게 영채로 있을 수 있었어요."


김향기에게 팬심을 가지고 있다면 염혜란에게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극중 영채와 미자가 오랜 시간 쌓은 세월을 스크린에 녹여낼 수 있던건 염혜란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또 언제 어디서나 메모와 펜을 가지고 작품을 분석하고 느낀 것들을 적는 염혜란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혜란 언니의 전작들을 너무 좋아했어요. 요즘 너무 바쁘시잖아요. 그래서 연습이나 리허설 같은걸 많이 못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모두 참여하시고 다른 장면까지도 집중력있게 봐주시더라고요. 촬영 전에 저희 집 앞에 카페에 오셔서 영채와 미자의 관계를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따로 만나서 정서를 쌓았던 것들이 영화에 잘 담겼어요. 배우로 본받을 점들이 너무 많은 언니였어요."


영화는 영채와 혁, 아영이 나란히 인파 속으로 사라지며 끝이 난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타인 속에 섞이며 가족이 되는 걸음이다. 영화 속 이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류현경은 이상하지만 따뜻한 영채네 가족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지지고 볶고 싸우며 다른 가족들과 비슷하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 감사하고 투닥이면서요. 그렇게 살다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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