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당대표 7개월..반토막난 지지율, 재보선으로 반등할까

김판,이현우 2021. 2.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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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만의 색깔·존재감 없다" 비판
중도·진보 모두 지지율 이탈
문대통령 지지율과 같은 흐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음 달 초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대권 행보에 나선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60.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권을 거머쥐었던 그의 7개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당 대표를 거쳐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는 ‘문재인 모델’을 택했지만, 지지율만 놓고 보면 초라한 성적표다.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40%대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반토막 났고, 지난달에는 추격자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역전당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기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하면서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거대여당의 당 대표로서 정책과 입법 추진 과정에서 본인의 본래 강점인 중도 확장성을 살리지 못했고, 강성 친문 지지층의 지지도 잃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친문 대표 주자를 자처했는데, 임기 후반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이 대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23일 현 시점에서 놓고 보면, 대선 주자로서 당 대표에 도전했던 이 대표의 결정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이낙연 본인 색깔 없었다”


이 대표의 최대 강점은 안정감과 균형감을 기반으로 한 ‘중도 확장성’이다. 하지만 7개월 남짓 임기 동안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유례없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부각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대표 취임 이후 가장 큰 이슈가 추미애·윤석열 갈등이었는데 그때 보여준 리더십이 없다”며 “중도층이 이해할만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양 극단이 싸우고 있는데 나서지 못하는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어차피 추·윤 갈등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풀어야할 이슈였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는 분석도 있다.

추·윤 갈등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이 대표가 지지율 상승의 디딤돌로 삼으려 했던 개혁 입법의 성과도 빛이 바랬다. 지난해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필두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여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법안들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계가 강하게 반대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이 대표가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올 초 임시국회에서 처리됐다.


이 대표는 이달 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입법 성과를 열거하면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실현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같은 입법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권주자로서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법안 통과는 엄밀히 따지자면 원내 사안”이라며 “입법 성과가 있었다 해도 당이 한 것이지 ‘대권주자 이낙연’의 공으로 돌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법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이 대표 특유의 신중한 태도와 일부 개혁 법안의 내용 면에서의 후퇴로 지지층 마음을 얻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개혁 이슈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강성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선 한때 이 대표를 향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당 지도부 출신의 한 의원은 “강성 지지자들은 당이 나서서 윤 총장을 공격하라고 주문했는데 이 대표로서 수용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렇다 보니 강성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180석을 만들어줬음에도 일 처리가 시원시원하게 안 되는 인상이 강했다”며 “그래서 ‘사이다’ 스타일의 이재명 지사와 비교하는 시선이 많다”고 했다.

새해 첫날 이 대표가 야심차게 제기했던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최악의 악수로 판명 났다. 촛불 민심을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지지층들은 적폐청산 이슈를 적극 지지해왔다. 이 때문에 어설픈 ‘국민 통합’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은 이들이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한 중진 의원은 “사면론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사회적 합의나 당내 의견 조율 과정이 생략되면서 절차적 문제가 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정치는 내용 못지않게 의식이 중요하다”며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에 청와대에 건의하는 형태가 돼야 했다. 정무적 판단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실패한 친문 전략?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다. 특히 총리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날선 공격을 화려한 언변으로 제압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계승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니여니’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친문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서울 종로에 출마해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고 총선 대승을 이끌면서 지지율이 40%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문재인정부와 한 배를 탄 이 대표에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종의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문 대통령 지지율과 이 대표 지지율의 동조화 현상이 목격된다. 지난해 1월 50%에 육박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1대 총선 직후인 5월에는 60% 초반까지 올랐다가 그 뒤로 꾸준히 내림세다.


이 대표와 문 대통령 지지율의 동조화 현상은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민주당이라고 밝힌 응답자들의 지지율을 분석해보면, 경쟁자인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1월만 해도 지지율이 10%를 밑돌았으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40%를 넘어섰다. 반면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60%대의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지만,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 27.1%를 기록하며 이 지사에게 역전당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 측도 지지율 하락을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연결해 보고 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지지율 하락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국민은 이 대표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치 행보보다 전반적으로 문재인정부와 같이 연결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한번 ‘어대낙’의 시간이 올까
당장 눈에 보이는 지지율은 떨어졌지만, 이 대표 측은 당 대표를 지내며 당내 기반을 다졌다는 점을 소득으로 꼽는다. 한 핵심 인사는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끌면서 당내 지지 세력을 확보했고, 이후 당 대표를 맡아 당에 대한 이해도와 일체감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또 다른 의원도 “코로나19 국면과 정권 후반기에 이 정도로 당내 분란 없이 당을 이끌어 온 것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결국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성적표가 대선주자로서 이 대표의 지지율 반등 여부를 판가름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임기를 마친 뒤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아 보선을 직접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서울과 부산을 모두 야권에 내주면 대권주자로서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민주당 소속 전직 시장들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거나 파급력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다면 향후 대권 레이스에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대표 스스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어느 순간부터는 여의도로 출근하지 않고 바로 선거 현장으로 뛰기 시작할 것”며 “제가 늘 얘기한 대로 후보보다 이 아무개가 더 많이 뛰는 것 같더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시 기초의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뒤 “서울시장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가 말 안 해도 (여러분이) 알 거다. 열심히 해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민주당의 4·7 보선 승패는 친문그룹 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제3후보론’과도 연동돼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곧바로 ‘이낙연 책임론’이 분출할 수 있다. 이 대표의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친문 그룹에서 더는 이 대표가 이 지사의 대항마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면 제3후보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보궐선거는 사실상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이 대표로서는 적어도 한 곳에서는 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이현우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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