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北 압박' 정세 개편 속 한국, 동맹 '대오 이탈' 우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몰아치고 있는 중국 견제 기조 속에서 우리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한국의 국제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각국의 우려 속에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키고, 북한 인권을 문제 삼는 국제적 움직임에서 이탈하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향한 정부의 조바심이 인권이라는 가치 영역에서도 국제사회와는 ‘다른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북한 압박’ 기조에 따른 정세개편으로 인해 동맹과의 대오에서 이탈하거나 고립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안보협의체 ‘쿼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참여국을 늘린 ‘쿼드플러스’로의 확대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드라이브가 걸리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은 안보, 중국은 경제’ 논리로 쿼드 참여를 꺼리지만, 쿼드의 협력 의제가 안보를 넘어 경제·기술·무역 등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줄타기’가 계속 유효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안보와 경제, 기술이 융합하는 형식으로 중국 견제 정책이 확장되고 있어 정부의 줄타기 대응이 점차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국방수권법에 5G 관련 조항을 포함한 것은 미국이 중국 기업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에 명확한 주의 시그널을 보냈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한 미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과도 방향을 달리한다. 미 국무부는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남북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대북 제재 해제 주장을 편 데 대해 22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현 대북 제재 체제를 검토해 광범위한 북한 정책과 궤를 같이하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도발·무력사용 억제, 무기프로그램 획득 제한, 미국과 미국의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는데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유엔 군축회의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계속 집중하고 있으며 북한의 불법적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 인권문제가 화두로 떠올랐고,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가 제정한 대북전단금지법을 향해선 미국, 영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미 의회에선 청문회까지 예고된 상태다. 최근엔 캐나다가 주도하고 미국 등 58개국과 유럽연합(EU)이 서명한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에서도 빠져 논란이 됐다.
북한 인권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의 ‘결이 다른’ 입장은 22일부터 시작된 제46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매년 3월 정기이사회에서 채택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이번 이사회에도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인권이사회 ‘옵서버(관찰국)’ 자격으로 참여한 미국은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2009년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2019년부터는 ‘한반도 정세 등’을 고려해 2년 연속 불참했고, 올해도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전략을 기준으로 국제 정세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방향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쿼드 참여를 무조건적으로 경계할 필요도 없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쿼드에 들어가도 사안 및 각국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조율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핵 같은 문제들을 전향적으로 풀려면 미국이 우리 정부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좌표를 잘 잡아야 한·미를 둘러싼 이슈들을 논의하는 게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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