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해수부 공무원 언급도 없이.."北 지원"만 강조한 정부
정부가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도적 지원이 방해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23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46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한국 대표로 참석한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우리는 인권 문제를 보편적 가치로서 중시해야 하며,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또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한 언급이나 직접적인 비판은 없었다. 지난해 9월 북한군이 서해 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한 데 대해 유엔이 이미 직접적 우려를 표했는데도, 최 차관은 연설에 이런 내용을 담지 않았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민 7명이나 다른 납북자 및 국군 포로 문제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최 차관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북한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로 인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관심이 방해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권을 이유로 한 제재 등 때문에 인도적 지원이 막혀선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최 차관의 발언은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달 초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인권 증진을 매우 희망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협력이 일관되게 추진될 수록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인권 유린의 유형을 9개로 나눴다. ▶식량권 침해 ▶정치범수용소에 의한 침해 ▶고문 및 비인간적 처우 ▶자의적 체포 및 구금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생명권 침해 ▶이동의 자유 침해 ▶외국인 납치 등 강제 실종이다. 이 장관과 최 차관이 강조한 인도주의적 지원 및 협력으로 이런 인권 침해 행위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적 목소리가 외교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북한 인권 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를 연결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지금의 대북 제재 체제가 촘촘하긴 하지만, 모든 제재는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한다. 지금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북한이 외부의 도움을 일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지, 북한 인권 상황과 연결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최 차관은 미얀마 쿠데타와 관련 “최근 미얀마의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으며, 미얀마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전복된 뒤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홍콩이나 위구르 문제 등 중국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는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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