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업무숙지 안 됐다며 화상 유엔 인권회의도 불참
정의용, 제네바 대표부 대사도 지내
북·중 의식한 듯..2차관 대리참석
"인권 우려로 인도적 관심 방해 안 돼"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 등을 다루는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22~24일 개최)에 전년과 달리 외교부 장관이 아닌 차관을 참석시켰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이번 회기는 화상으로 진행된다.
고위급 회기에선 말 그대로 각국 고위급 인사들이 기조연설을 통해 자국의 인권 기조를 발표한다. 그런데 인권이사회 공지를 보면 한국 참석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아닌 최종문 2차관으로 돼 있다. 물론 고위급 회기 참석자의 급은 각국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논의하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무대라는 점을 고려해 주로 외교 당국의 수장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강경화 전 장관도 2017년 6월 취임 뒤 2018, 2019, 2020년 세 차례 모두 직접 제네바에서 열리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이번 회기에 주요국들도 장관이 직접 나선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은 23일 각각 연설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4일 나선다.
이번 행사는 화상회의다.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순서에 맞게 상영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굳이 정 장관이 직접 나서지 않고 최 차관이 연사로 나설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는 연유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취임 초기의 다른 분망한 일정 등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라며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는 반드시 장관이 참석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 총 15회 중 장관 참석이 7회이며 나머지 8회는 차관이나 다자외교조정관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달 초 부임한 정 장관이 아직 업무 숙지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 불참을 결정한 이유로 작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장관보다 불과 보름 앞서 취임한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 참여한다.
특히 정 장관은 제네바에서 대표부 대사까지 역임했고(2001~2003년), 입부한 지 50년 된 숙련된 외교관이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하면서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총괄하기도 했다. 업무 숙지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에 많은 외교가 인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다.
결국 북한과 중국 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매해 북한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북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도 채택한다. 주요국 장관들이 연설에서 직접 북한 인권을 비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에는 신장위구르 및 홍콩 등 중국의 인권 침해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남북관계 개선과 한·중 관계를 중시하는 정부가 외교부 장관을 보내는 게 조심스러웠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2019년 강제 북송한 탈북 어부들에 대해 “그런 탈북민은 우리 국민으로 보지 않았다”고 말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이날 연설한 최 차관은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에 예외 없이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뒤 구체적인 북한의 인권 실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에 대해 유엔이 직접적으로 우려를 밝혔는데도 연설에 담지 않았다. 북한이 억류중인 한국민 7명이나 다른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북한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로 인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관심이 방해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 예외 사안이고, 정작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건 북한이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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