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않는 텍사스 눈, 가짜다"..美 SNS 덮친 음모론의 진실 [영상]

오원석 2021. 2. 2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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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틱톡 사용자가 라이터 불로 눈을 지지며 물로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틱톡 캡처]

미국 텍사스주(州)가 이례적인 한파로 40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고, 수십명이 사망하는 등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때아닌 '음모론'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텍사스를 뒤덮은 폭설은 정부가 만든 가짜라는 황당한 주장이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현지 매체는 22일(현지시간) 텍사스 일부 주민들이 퍼뜨리는 이러한 음모론을 조명하며 "폭풍이 텍사스를 강타한 뒤 잘못된 정보가 만연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들이 퍼뜨리고 있는 음모론 영상의 내용은 이렇다. 텍사스에 내린 눈은 가짜고, 이는 정부가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억지 주장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마트폰용 짧은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음모론 동영상들의 내용은 주로 눈을 집어 라이터 등 화기를 가져다 대도 물로 녹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방식이 많다. 한 여성 틱톡 사용자는 뭉친 눈에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뿜으며 "누군가 드라이어를 불어 보라고 했다"라며 "(눈이) 녹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영상의 해시태그(#)로 '#눈이 녹지 않는다', '#무슨일인가', '#텍사스폭설', '#음모론', '#나를납득시켜줘' 등을 달아두고 음모론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이 여성이 올린 눈이 녹지 않는 헤어드라이어 실험 영상은 2330번 공유됐고, 5600여명이 '하트'(좋아요)를 눌렀다. 조회 수만 해도 28만5000회가 넘는다.

한 틱톡 사용자가 헤어드라이어에 눈을 가져다 대고 ″눈이 녹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틱톡 캡처]


이러한 음모론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해시태그는 '#정부눈'(#government snow)다. 정부가 만든 가짜 눈이라는 뜻이다. 라이터로 불을 켜고 직접 눈에 가져다 대며 물로 녹아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영상 등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라이터 불을 직접 눈에 가져다 대고는 "속임수를 쓰려고 노력한 빌게이츠, 고맙다" "망할 눈이 녹지 않는다. 물도 안 나오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가짜 눈을 만든 배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눈이 열풍이나 화기 가까이에서 물로 변해 뚝뚝 떨어지지 않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매우 자연스럽다. 열을 받은 고체상태의 물이 액체상태를 거치지 않고 기체로 변하는 '승화' 현상이다. 또 고체에서 액체로 변한 일부 물방울은 눈 속으로 흡수된다. 라이터 불로 눈덩이를 태워도 눈덩이가 금방 물로 변해 뚝뚝 흐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USA투데이도 "영상들은 입증되지 않은 음모론을 기반으로 하며, 눈덩이는 승화라는 현상으로 고체에서 기체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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