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생명의 DMZ에 남북 상생 위한 보건 협력 단지 만들자"

정용수 2021. 2. 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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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23일 공동연구결과 발표
"일방적인 대북 지원 협력 벗어난 새로운 개념 필요"
"남북 의료인 공동으로 연구, 임상, 약품 생산 단지"

비무장지대(DMZ)에 남북이 공동으로 연구 및 임상실험을 하고, 약품을 생산하는 생명 보건 단지를 조성하자는 제안이 23일 나왔다. 박상민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이하 센터) 부소장 등 의료 및 백신 전문가 10여명이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공동 연구결과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구축' 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센터는 이날 대한적십자사와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주관한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ㆍ안전공동체 구축’ 세미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는 “모든 생명은 ‘잇대어’(one world, one health)있고, 가장 취악한 곳이 (질병에)공격 당하는 만큼 남북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ㆍ의료 시설이 낙후한 북한에 감염병 등 질병이 번질 경우 한국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존의 일방적인 대북 지원방식으로 진행하던 남북 의료협력에서 벗어나 남북한 의료인들이 한 공간에서 대응하는 상생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박 부소장은 “DMZ 또는 접경지역에 기업, 서비스업체, 관련 기관이 지리적으로 연계돼 있는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와 첨단 의료 복합단지로 구성된 남북생명보건단지를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한다”며 “남북 생명보건단지는 남북한 의과학 인력들이 기초의학 연구부터 임상실험까지 한 공간에서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산(産)-학(學_-연(硏)-병(病-농생명 연계 산업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소장은 남북 생명의과학연구원(기초의학융합연구센터, 천연물연구센터, 아시아감염병대응센터, 백신연구센터, 동물질병연구센터, 농생명연구센터)과 남북 원 헬스 병원(종합병원, 감염병전문병원, 동물병원, 식물병원), 남북생명보건산업단지(의료기기 복합센터, 제약신약 생산시설, 농생명단지) 등 단지내 필요한 시설의 세부 구상도 내놨다. DMZ나 접경지역 등에 가칭 ‘DMZ 평화의 다리’를 만들어 남북한 인력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남북간 보건의료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기획단계부터 남북 당국간 합의가 필요하고, 윈-윈 원칙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DMZ에 단지를 조성할 경우 반(反)생명의 공간이 생명의 공간으로 전환되는 평화를 상징하는 문명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감염성 바이러스를 남북한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구축'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생명ㆍ안전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어느 한 쪽이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가족과 이웃도 함께 지키는 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남북생명보건단지’는 남북의 전문가들이 한 공간에서 공동으로 연구와 개발, 생산에 참여하는 협력 모델로서, 지속가능한 남북 협력의 의미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한 상태인 데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현 시점에서 당국간 협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DMZ를 활용하기 위해선 이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유엔군 사령부와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선 넘어야 할 산이다.

이에 대해 박 부소장은 “UN 및 미국의 제재하에서 남북생명보건단지 구성을 위한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다”며 “세부 후속과제 설정 등 사전준비와 동북아 주변국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제3국과의 협업 및 지속적인 남북한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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