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봤다] 막힌 코가 뻥.. '비강밴드' 효과 혹시 뻥?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021. 2. 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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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들 "코 입구에만 작용.. 다양한 코막힘 원인 해결 못해"
코막힘, 코골이의 원인은 사람마다 달라 비강확장기의 효과도 제각각이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코막힘이나 코골이를 달고 사는 사람을 주위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에 비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만 해도 약 700만명에 이른다. 비염 외에도 축농증, 부비동염, 수면무호흡증(코골이) 등 코막힘을 유발하는 질환은 다양하다. 코가 막혀 숨쉬기가 어려워지면 상당히 괴로운데, 약물치료로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간단하게 코막힘을 개선해준다는 의료기기가 알려져 인기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비강확장기'의 효과에 관해 물었다.

◇붙이자마자 코가 '뻥'? 소비자 체감 효과는 분분…

비강확장기로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약국이나 드럭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코빵밴드'다. 밴드 모양의 패치를 콧대에 붙이면, 흡착력으로 인해 코가 당겨지면서 콧속 비강이 넓어지는 원리다. 물리적으로 콧속을 넓혀주는 원리여서 패치를 붙였을 때만 효과가 있다. 비염 환자들에게 입소문으로 전해져 SNS상에서도 인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수술보다 효과가 좋다'는 후기도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비강의 확장 등에 사용하는 기구', 즉 비강확장기로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10년 넘게 비염을 달고 살아온 헬스조선 기자들이 코빵밴드를 직접 구매해 사용해봤다. 체감 효과는 저마다 크게 달랐다. A기자는 "확실히 붙이고 있으면 숨이 잘 쉬어지고,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한 반면, B기자는 "그다지 코가 뚫리는 듯한 느낌은 느껴지지 않고 착용감이 불편하다"며 "접착력이 강해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상반된 체험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강확장기의 장기간 사용에 관해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는 부족하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코막힘 원인은 제각각, 코 입구 막힌 경우만 도움

전문가들은 비강확장기의 효과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최지호 교수는 "비강확장기는 일반적으로 코 입구 부분만 넓혀주는 제품"이라며 "코막힘과 코골이는 코 입구 부분의 협착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므로 실제 환자들의 호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코막힘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체감 효과도 제각각 달랐던 것. 사용할 때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근본적인 의학적 치료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막힘(비폐색)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같은 위치가 막힌 것은 아니다. 코 입구뿐 아니라 깊숙이 위치한 편도, 아데노이드 등이 붓거나 막히기도 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주로 목젖, 편도, 혀 등의 비대로 인해 호흡기 안쪽의 '인두 기도'가 좁아지면서 발생한다. 코 입구 부분이 막혀서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비강확장기의 수면의 질 개선 효과를 입증한 해외 논문에서도 수면무호흡증과 관련된 지표는 개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어린이 사용은 자제, 안전성 검증 부족해

이 밖에도 비강확장기의 효과를 입증한 임상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패치형, 삽입형 등 비강확장기에 관한 연구가 몇몇 있기는 하다. 다만, 적은 인원을 대상으로 했거나 비강확장기 제조사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최지호 교수는 "비강확장기를 장기간 사용하거나, 아이들이 사용하는 것에 관해 안전성을 입증할 만한 연구는 거의 없다"며 "불편감, 통증, 코피, 감염, 비강 내 점막 손상, 자극 등 다양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비강확장기는 코막힘이나 코골이의 원인이 코 입구 부분의 협착에 있는 환자라면 일부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사용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자제할 것을 권한다. 성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아이들이 사용할 때도 주의하며, 사용하기 전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치는 게 좋다. 한편 비강확장기 외에도 코막힘을 위해 흡입형 멘톨 스틱 등을 장기간 사용할 경우 알레르기 반응을 악화하거나 코의 정상적인 섬모 운동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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