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CCTV 9번 찍힌 뒤에야 월남자 감지..배수로 존재도 몰라

강현태 2021. 2. 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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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망 3시간 동안 '무방비'
배수로 전수조했다던 국방부
월남 관련 배수로, 관리 대상에 포함도 안 돼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군이 운용하는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가 월남 북한 남성을 10차례나 포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군이 월남 정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것은 북한 남성이 CCTV에 9번째 포착된 시점으로 파악됐다. 이는 해당 남성이 남측 해안가에 최초 도달한 지 3시간 11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23일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인근에서 신병을 확보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남성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며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


합참은 "해상 이동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기존 조사 내용인 '6시간 헤엄 월남'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군 관계자가 전방 감시초소(GP)로 들어가기 위해 철책문을 열고 있다(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검열단이 CCTV를 확인한 결과, 북한 남성은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 5회 포착된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을 관할하는 상황실 모니터에도 2회 경보음(알람)이 울렸지만, 상황실 감시병은 월남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전방 지역 근무자들은 야생동물이나 바람 등으로 인한 경보음이 빈번하게 발생해 경보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당시 영상감시병도 '오경보'로 판단하고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간부 역시 부대와 통화를 진행 중이어서 영상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현장 근무자들이 "바람 또는 자연현상에 의한 오경보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 관계자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은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화면을 보면 사람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분명한 과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자료사진) ⓒ뉴시스

이후 북한 남성은 동해안 최전방의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서도 오전 4시 12분부터 14분까지 3회 포착됐다.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 역시 관련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북한 남성은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근무자는 이를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하면 북한 남성은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고, 우리 군은 9, 10번째 포착된 뒤에야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초 월남 추정 시간으로부터는 3시간 11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늑장 인지' 이후 대응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월남 정황을 식별했지만, 31분이 지나서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부서와 직위자에게 관련 내용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22사단은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중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재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배수로 전수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군은 지난해 8월 관련 조사 및 보수를 마쳤다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일선 부대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과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드러난 문제점을 기초로 과학화경계시스템 운영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 및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울러 국방부·합참·육군본부가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함께 진단하고 △부대 편성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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