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신작만 7편..송중기·조승우·신하균 안방극장 승자는

민경원 2021. 2. 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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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0% 절대강자 '펜트하우스 2'
사극 '달이 뜨는 강', 코믹 '빈센조' 선전
'시지프스' '타임즈' 등 타임슬립 쏟아져
이색 소재 대결 속 정통파 '괴물'도 호평
드라마 ‘빈센조’에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출신 빈센조 역을 맡은 송중기. [사진 tvN]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고구려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힘쓰는 평강공주 역의 김소현. [사진 KBS]

요즘 드라마 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한 주 동안 드라마 7편이 새로 시작하면서 어떤 것부터 봐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 월화드라마 포문을 연 KBS2 퓨전 사극 ‘달이 뜨는 강’부터 타임슬립으로 맞붙은 수목드라마 JTBC ‘시지프스’와 KBS2 ‘안녕? 나야’ 등 장르도 다양하다. 특히 주말은 SBS ‘펜트하우스 2’, JTBC ‘괴물’, tvN ‘빈센조’, OCN ‘타임즈’ 등 4편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 각각 전작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종영했지만 설 연휴 특집 방송과 영화 등 대체 편성이 늘어나면서 신작이 대거 몰리게 됐다.


판 커진 ‘빈센조’ 코믹 액션 코드 통할까
지난해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28.8%)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몰고 온 ‘펜트하우스’는 시즌 2 방영 첫 주부터 가열찬 전개를 선보였다. 2회 만에 20.4%(닐슨코리아)를 기록한 ‘펜트하우스 2’를 제외하면 ‘달이 뜨는 강’과 ‘빈센조’가 각각 9.7%와 9.3%(유료가구 기준)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 평강 공주(김소현)와 온달 장군(지수)의 판타지 로맨스로 tvN ‘철인왕후’, KBS2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등 퓨전 사극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사규 작가의 원작 소설 『평강공주』를 바탕으로 현모양처가 아닌 한 시대를 호령한 천하 여장부로 재해석한 캐릭터가 눈길을 끌었다.

화제성은 ‘빈센조’가 앞선다. 송중기는 tvN ‘아스달 연대기’(2019) 이후 복귀작으로 이달 초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에 이어 드라마 ‘빈센조’를 연달아 선보이면서 기대를 모았다. 둘 다 제작비 200억원 이상 투입된 대작이다. 우주비행사에서 이탈리아 마피아 콘실리에리 출신 변호사로 돌아온 그는 마피아 못지않게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한국 재벌을 상대로 복수전을 펼친다. KBS2 ‘김과장’(2017), SBS ‘열혈사제’(2019) 등 블랙 코미디로 사랑받은 박재범 작가의 신작답게 코믹 요소도 많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그동안 송중기가 보여준 순수하고 따뜻한 모습부터 냉혈한, 잔인함까지 고루 보여주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적절히 녹아들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SF 만난 ‘시지프스’…타임슬립의 진화

드라마 ‘시지프스’에서 천재공학자 한태술 역을 맡은 조승우. [사진 JTBC]
한태술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강서해 역의 박신혜. [사진 JTBC]

타임슬립물도 풍성하다. ‘시지프스’가 SF와 결합했다면 ‘안녕? 나야!’와 ‘타임즈’는 각각 로맨스, 추리물을 가미했다.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 이후 ‘시그널’(2016) 등 수사물로 점차 확장되더니 이제는 ‘철인왕후’ 같은 사극과 맞붙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장치가 된 셈이다. 시청률 6.7%로 수목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지프스’는 보다 방대한 세계관을 그린다. 천재공학자 한태술 역의 조승우와 미래에서 온 구원자 강서해 역의 박신혜 주연으로 다양한 시공간이 등장한다. 천재 물리학자를 앞세운 SBS ‘앨리스’(2020)와 게임 속 가상현실과 접목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018~2019), 2092년 병든 지구를 떠나 새 보금자리를 만든 ‘승리호’ 등 여러 작품을 연상케 한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간 공포ㆍ스릴러물이 꾸준히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의 주축을 이뤘던 로맨스가 추리물로 넘어오면서 사적 관계에서 공적 세계로 넓어지고 권력형 범죄 등 구조적인 문제로도 풀리지 않는 두려움의 원인을 찾다 보니 악귀 등 초자연적인 존재나 우주 등 미지의 세계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을 예로 들며 “한국은 전통적으로 SF 강국은 아니지만 최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상력이 보태지면서 장르가 확장되고 있다. 복합장르로 가면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하균·여진구 촘촘한 연기 대결 ‘괴물’

드라마 ‘괴물’에서 만양 파출소 이동식 경사 역을 맡은 신하균. [사진 JTBC]
서울청 외사과에서 만양 파출소로 온 한주원 경위 역의 여진구. [사진 JTBC]

반면 ‘괴물’은 “괴물은 누구인가. 너인가. 나인가. 우리인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동생을 죽인 살인사건 용의자 출신으로 마을을 지키는 파출소 이동식 경사 역을 맡은 신하균과 차기 경찰청장 아들로 서울청 외사과에서 승승장구하다 파출소로 온 한주원 경위 역의 여진구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다른 작품들이 새로운 소재에 정신이 팔려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면 ‘괴물’은 어찌 보면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섬세하게 풀어내면서 가장 기본기에 충실한 연출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거대한 세계관 탓에 아직 생략된 부분이 많은 타임슬립물과 달리 일찌감치 캐릭터 구축을 끝내고 속도감 있게 전개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아직 극 초반인 만큼 전작의 캐릭터를 넘어서는 것도 숙제다. 공희정 평론가는 “‘시지프스’의 박신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이미지와 겹쳐지고, ‘빈센조’에서 대쪽같은 성품의 홍유찬 변호사 역을 맡은 유재명은 ‘타임즈’에서는 전직 경찰 출신 저격범 김진철로 나와 혼란스럽다”며 “편성의 문제라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작품이 전개되면서 각각의 매력이 되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진 교수는 “‘빈센조’의 송중기나 ‘안녕? 나야’의 최강희는 배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해 만든 캐릭터다. 반면 ‘괴물’의 신하균이나 여진구는 배우 본연의 모습보다 캐릭터가 돋보인다. 길게 보면 다양한 캐릭터를 흡수하는 배우가 롱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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