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아닌 마약 보복 범행..영화 뺨친 '자동차 습격' 전말

최모란 2021. 2. 23. 13: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외국인 집단 폭행 사건 현장. 검은 동그라미 속 SUV 차량도 공범의 차량으로 확인됐다. 커뮤니티 영상 화면 캡처

지난 8일 오후 4시 50분쯤 경기도 화성시 남양면의 한 이면도로. 막 진입한 흰색 승용차 앞을 검은색 승용차가 가로막았다. 이후 둔기 등으로 무장한 4명의 외국인 남성이 흰색 승용차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앞뒤가 차량으로 막혀 피하지 못한 흰색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이들 일당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다.
폭행 장면은 뒤차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영상은 '화성 외국인 묻지마 폭행' 등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졌다.


경찰, 폭행 가담 외국인 9명 구속, 도피 도운 1명 입건
영상 속 운전자와 동승자를 폭행한 외국인들이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묻지마 폭행'으로 알려졌지만, 피해자들을 노린 철저한 계획 범행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특수상해와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외국인 A씨(45) 등 9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를 비롯한 7명이 우즈베키스탄 국적이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출신 외국인도 각 1명씩 포함됐다. 또 A씨의 도피를 도운 외국인 여성(우즈베키스탄)을 범인 도피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 8일 화성시 남양면의 한 이면도로에서 외국인 B씨(39·러시아)와 C씨(40·우크라이나)가 탄 차량을 파손하고 이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전신 타박상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의금 문제 등으로 앙심 품고 보복 범행한 듯
경찰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A씨 등이 B씨 등에게 보복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꾸민 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해 9월 B씨를 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B씨와 합의하면서 풀려났는데 B씨가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여기에 지인 중 한 명이 "B씨가 '불법 체류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마약을 뺏겼다"는 말까지 듣자 보복하기로 하고 안산시에 사는 B씨 등을 화성시 남양면으로 불러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은 B씨 등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길목을 막기 위해 차량 3대를 동원했다. 검은색 승용차로 B씨 등이 탄 차량의 옆을 막고, 이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검은색 SUV 차량으로 한 번 더 길목을 막았다. 다른 차량 한 대는 인근 주차장에서 범행을 지시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경기 평택시와 인천시의 주거지 및 모텔 등에서 A씨 등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 중 6명을 지난 19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으며 나머지 3명은 이달 25일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마약·폭력조직 결성 여부 등도 조사
경찰은 가해 일당 중 일부가 "B씨 등에게 마약을 뺏겼다"고 진술한 만큼 이들이 마약 유통 등에 관여했는지 등도 조사하기로 했다.
실제로 구속된 이들 중 한 명은 검거 당시 합성 대마 80.1g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도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의 모발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마약 성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 등이 사전에 범행을 모의하고 지시를 받아 길목을 막는 등 체계적으로 범행한 만큼 이들이 국내에서 외국인 범죄 조직을 구성했을 가능성 등도 조사하고 있다. 일대에서 외국인들이 뭉쳐 다닌다는 첩보도 입수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통해 이들이 마약 유통이나 범죄 조직을 구성하고 가담했는지 등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