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 최종태, 김구림..거장들의 미술관 줄줄이 건립 준비
평창동에 최종태, 김구림미술관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 진척
가나아트센터 '자문밖'전시 중
3월 5일부터 2부 전시 이어져
단색화의 기수 박서보(90), 조각계의 거장 최종태(89),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 김구림(85) 등 한국 현대미술을 개척한 원로 미술가들을 기념하는 미술관이 서울에 줄줄이 건립된다. 최근 박서보 화백 등 원로미술가 3인은 종로구청과 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작품 기증 계획 등에 대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원로 미술가의 미술관을 종로구 자문밖 지역에 짓겠다는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의 하나다. 앞서 자문밖문화포럼(이사장 이순종)은 지난해 9월 종로구와 함께 김창열미술관·이항성미술관 건립을 위한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우선 박서보 단색화 미술관은 구기동, 최종태 미술관은 평창동에 새로 건립되고 김구림 미술관은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자택을 기반으로 조성된다. 박서보 단색화 미술관과 최종태 미술관 건립을 위해 종로구는 부지를 제공한다.
19일 협약식에 참석한 박서보 화백은 "이곳이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쉬어갈 장소가 되기를 바라며 미술관 건립에 참여키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1931년 경북 예천 출신으로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1970년대부터 묘법(描法) 연작을 통해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고, 홍익대 미대 학장을 역임했다. 2010년대 이후 그의 단색화는 해외에서 더욱 조명받고 있으며, 2019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화랑 페로탱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구도의 조각가'라 불리는 최종태 작가는 익명의 얼굴을 종교적인 거룩함이 깃들인 형상으로 구현해온 작가다. 여인, 소녀가 주를 이루는 인물을 입상, 좌상, 두상 등으로 표현해왔다. 그의 작품에는 천진한 아이, 자비 넘치는 성모 마리아와 관음상의 이미지가 겹치는 것이 특징. 1932년생으로 1958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후학을 이끌며 창작 활동을 해왔다. 최 작가는 "이 미술관 프로젝트가 한국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구림 화백은 명실상부한 한국 실험 미술의 선구자다. 1960년대 중반부터 전통적인 회화 방법론에서 벗어나 판화·비디오아트·설치미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을 지속해온 한국의 1세대 아방가르드 작가다. 경북 상주 출생으로 1970년대 전위예술집단인 제4집단을 결성했고, 한국아방가르드협회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그의 작품은 영국 테이트모던,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30여 곳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김 화백은 "평생을 예술에 바쳐온 작가로서 이 미술관 건립이 한국 미술에도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 평창동을 비롯해 구기동, 부암동, 신영동, 홍지동 등을 아우르는 '자문밖' 동네는 갤러리와 미술관 등이 50여 개에 달하는 곳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예술가들이 이 동네에 거주하며 작업해오고 있으며, 현재 가나문화재단(김형국)과 자문밖문화포럼(이사장 이순종)은 종로구청과 함께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자문밖 일대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춘 곳"이라며 "우리나라 미술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는 '자문밖 미술관 프로젝트' 1부 전시(28일까지)가 열리고 있으며, 오는 3월 5일부터 2부 전시가 개막한다. 1부 전시에서는 김구림, 김창열, 박서보, 유영국, 윤명로, 이종상, 이항성, 최종태, 하종현 화백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어지는 2부 전시에서는 고영훈, 박대성, 박영남, 박항률, 안규철, 이배, 이수경, 이원희, 임옥상, 전병현, 최영욱, 한만영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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