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낮과 노을, 그리고 콜드
오늘 화보 콘셉트는 콜드의 음악을 시간으로 표현해봤어요. 새 앨범 〈이상주의〉를 듣고 푸른 낮과 해 질 녘 노을이 떠올랐죠.
음악 작업을 많이 하는 시간대이긴 해요. 햇살 받는 기분을 좋아해 그런 에너지를 계속 음악에 넣고 싶어 하는 편인데, 그때가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잖아요. 가장 밝게 빛나는 햇빛부터 해가 지고 있는 노을 녘 모두 좋아해요.
이번 앨범의 주제는 꿈이죠.
앨범의 목적은 콜드가 되기 전 ‘김희수’로서 제 꿈을 기억하는 거예요. 돌이켜보니 저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생각보다 많은 꿈을 이뤘더라고요. 문득 예전에 열망하며 꿈꾸던 제가 그리워졌어요. 간절히 꿈을 좇아가던 에너지와 감정이 제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데, 그걸 이번 앨범을 통해 기억하고 싶었어요. 더 늦기 전에.
어렸을 때는 뜬구름도 많이 잡는 아이였다고요. 이상과 뜬구름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자신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자기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충분히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걸 꿈꾸는 것 같아요. 공상이 아니라요. 뜬구름과 이상은 한 끗 차이지만, 실현 가능한 이상에 포커스를 두고 나아가다 보면 뜬구름 잡는 아이디어도 나중엔 정말 꿈 위를 떠다니게 해줄 구름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뜬구름 잡는 소린 줄 알았는데, 진짜 하늘을 날고 있는 셈이네요.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거든요. 저는 뜬구름 같은 꿈을 어느 정도 현실화시켜 사니 너무 행복한 거죠. 이런 기분은 그 꿈을 계속 포기하지 않고 꾼 사람만 느낄 수 있으니까요.
빈티지를 좋아해 그로부터 음악적 영감을 받기도 하잖아요. 이번 앨범에 영향을 준 빈티지 아카이브가 있나요?
빈티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시간이 묻어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할 때 제게 가장 영감을 준 건 저의 예전 노래, 다시 말해 제가 만든 빈티지였어요. 제가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2011년쯤에 만들었는데, 그 당시 쓴 노래들을 들어보니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말 빈티지가 된 느낌이었어요. 저조차도 잊고 있던 창고 안의 빈티지 음악을 꺼내 탁탁 먼지를 털어내고 들어보니 그 시기의 제 감정이 떠오르더라고요.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썼을 때가 18살쯤이었죠?
처음 노래를 만든 건 14살 때였어요. 〈스타크래프트〉 게임 캐릭터 중 가장 나약한 존재인 ‘라바’를 주제로 ‘라바의 꿈’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죠.
글이나 그림 등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왜 하필 음악이었어요?
운명인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음악을 만드는 방법도 몰랐는데, 그냥 MP3에 내장된 녹음 기능을 써서 노트에 적어둔 가사를 ‘허밍’하는 수준이었어요. 추억의 물건인 ‘옙’으로 만든 이 노래가 제가 쓴 최초의 노래네요. 하하. 어디에서도 말하지 않았던 얘기예요.
어쩐지 콜드의 노래에서 향수를 느낀다는 리스너가 많아요. 일부는 유재하나 장필순의 밀레니얼적 재해석이라 평하기도 했죠. 리스너들이 어떤 식으로 콜드의 음악을 해석해주면 좋겠어요?
제가 영향을 많이 받은 뮤지션 선배들의 이름을 제 이름 옆에 붙여주실 때, 엄청 감개무량하고 황송하죠. 제 세대가 아날로그 감성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교차 지점 같아요.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은 예전의 향수를 모를 수도 있죠. 그런데 제 음악을 들으며 연관된 음악을 찾다 보면 그들이 유재하나 장필순 선생님 노래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연결되면서 한국음악에서 계속 전해지는 정서를 조금씩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 일종의 다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해요. 제게 영향을 준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제 음악에 계속 녹이고 싶어요.
뮤지션 콜드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레이블을 설립했어요. 프로듀서로서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하는데, 어떤 음악에 콜드의 손길이 닿았어요?
백현 씨의 솔로 앨범 수록곡 ‘Love Again’을 썼는데, 영광으로 생각하면서 즐겁게 참여했어요. 2월에 발매되는 청하 씨 앨범에는 제가 프로듀싱한 곡에 피처링으로도 참여했고요. 지난해엔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OST에도 참여했는데, 보통 가창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곡도 직접 쓰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기회라 더 좋았어요.
뮤지션으로서 개인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잖아요. 프로듀서로서 곡을 의뢰받았는데, 남 주기 아까울 만큼 마음에 드는 곡이 써지면 슬쩍 빼놓기도 하나요?
많이 빼놓죠. 하하. 제가 하는 스타일의 곡을 달라고 의뢰하시는 분도 많은데, 그런 경우에는 곡을 못 줬어요. 사실 ‘와르르’처럼 ‘콜드 씨가 하는 스타일’의 좋은 곡이 나오면 내가 내야죠. 하하. 그럴 땐 “그런 곡이 잘 안 나오네요”라고 하고, 대신 제가 하는 음악과 콘셉트가 뚜렷하게 다른 경우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서면 써보고 그래요. 아직은 프로듀서보다 아티스트로서 욕심이 많아요.
활동 초기에는 음악 외의 요소로 선입견을 주고 싶지 않아 자신을 노출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 아이콘으로서 브랜딩도 확실히 하고 있더군요. 이번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푸른색으로 염색했는데, 이번 앨범으로 콜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비주얼만 보고 콜드를 래퍼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꽁꽁 숨기고 있는 것보단 제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음악을 하는지 하나씩 얘기 나누고 공유하는 게 좋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 제가 설정한 캐릭터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준비가 돼 있고 확신에 차 있는, 자의식 충만한 소년이에요. 1번 트랙 ‘라이터’에 나오는 소년처럼 일단 겁이 없죠. 구름이나 파도처럼 꿈을 향해 가는 이미지를 생각하다 보니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게 됐어요. 하하.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색깔이기도 하고요.
유튜브도 열심히 했었잖아요. 팬들에게 직접 CD 배달도 가고, 커버 곡도 부르고요. 콘텐츠 마지막 업로드가 6개월 전이에요.
잠시 지구력이 떨어졌는데 다시 시작할 거예요. 유튜브를 하니 저의 인간적인 모습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어 좋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브이로그나 저만의 콘셉트로 다른 뮤지션의 곡을 커버하는 라이브 영상을 좋아해주는 팬이 많았어요.
콜드의 정규 앨범에서는 못 느끼는 색다른 매력을 담은 커버 영상을 하나 꼽는다면요?
BTS의 ‘DNA’요. 제가 되게 좋아하는 스타일과 사운드로 편곡했는데, 아직 콜드의 음악에서는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거든요.
이상을 주제로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꿈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부분이 있나요? 스스로를 이상주의자라 표현했는데, 콜드에게 이상이란 어떤 의미예요?
사랑을 잘 느낄 수 있고, 사랑을 줄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러 방면에서 안정적인 삶과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평화를 찾고 싶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독자적인 레이블을 설립한 것도 어떻게 보면 동료와 친구,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울타리를 만들어나가는 여정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3월에 새 싱글을 발매해요. 〈이상주의〉와 연결되는 곡인데, 콜드가 그리는 이상에 마침표를 찍는 여정이 될 것 같아요. 〈이상주의〉와 함께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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