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근의 세금이야기] 소득세 한 푼 안내는 705만명.. 1만원이라도 부담케 하자

2021. 2. 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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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 불공평 개선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요람에서 무덤까지) 따라다니는 세금이라는 금전적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세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그러나 ‘세금(稅金)’은 기쁜 마음(兌)으로 곡물(禾)을 바친다는 의미가 담긴 ‘세(稅)’자와 금전(金錢)이라는 의미의 ‘금(金)’자가 합쳐진 말로, 기쁜 마음으로 나라에 바쳐지는 곡물이나 금전이라는 게 본래의 뜻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되레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왜 그럴까? 몇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으뜸되는 한두 가지를 보자. 그 첫 번째가 절대다수의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게 되면 그만큼 납세자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반대급부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뺏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나라에서 세금을 거두어 가는 목적은 나라 구성원들인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주기 위해 시행하는 각종 공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듯 보인다.

공공사업들의 실례를 들어보자. 나라의 안보 문제만 하더라도 튼튼한 국방력을 키워 나가야만 우리 모두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지 않는가. 또 학부모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비롯해 치안 문제라든지 또는 각종 도로시설 같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 꼭 필요한 공공재(公共財)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 또한 우리 개인들에게 되돌아오는 반대급부들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세금이라는 재원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세금을 통해 재원이 조달되는 방식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나라의 공통된 방식들이다.

세금을 내기 싫은 두 번째 사유는 납세 부담이 불공평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원래 세금이론상 세금이 지향해 나가야 할 가장 큰 이념이 있다면 바로 ‘공평(公平)한 세 부담’이라고 하는데 납세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납세자들을 만나보곤 하는데 하나같이 불평 섞인 목소리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부담스러운 세금 부담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까 고민들을 한다. 어떨 때는 거래처나 거래 상대방들과 서로 야합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세금을 안 내거나 덜 내려고 몸부림친다. 여기에다 절세(節稅)라는 명분으로 최대한 세법 지식을 통해 세금을 줄이려고 기를 쓰다 보니 심지어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조차 그렇게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들 또한 불평 섞인 소리를 낸다.

심지어 직장에서 일하는 성실한 근로소득 납세자들조차 현실적으로 세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납세 불공평 현상이 있어 보인다고 불평을 한다. 그 실례로 지난해 말 국세 당국에서 발표된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한 해 동안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는 모두 1917만명이나 되는데 그중 37%에 해당하는 705만명이 ‘결정세액이 없는 과세 미달자’에 해당해 소득세 한 푼 안 내고 되레 매달 납부해 왔던 소득세를 모두 환급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해가 갈수록 이런 과세 미달자 비율은 점차 줄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근로소득자들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납세 공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물론 그중에는 영세한 근로자가 대다수이겠지만 과세 소득자들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된다.

원래 건강한 세금이란 ‘넓은 세원에다 낮은 세율’ 구조에서 절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납세 대열에 끼여 함께 가야 하는데 세금을 내는 자와 한 푼도 내지 않는 자가 서로 갈라지게 되면 성실하게 납세하고 있는 근로소득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달마다 직장에서 꼬박꼬박 미리 세금을 원천징수당하는 그들은 속이 많이 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 다른 업종이긴 하지만 투명하지 못한 사업소득자나 부동산소득자들을 보면서 과세 당국을 향해 깊은 불신의 눈길을 보낼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그 대안으로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 중 비록 과세 기준에 미달하는 영세 소득자라 하더라도 단돈 1만원이라도 소득세로 내게 하는 ‘최저한세(最低限稅)’를 도입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납세를 통한 국민이 하나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세금에 대한 관심도 보다 높아질 것이다. 그 무엇보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에도 부합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세원(소득)이 완전히 노출되는 근로소득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업소득자들의 과세 불공평도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들어 신용카드 사용 비율이 매우 높아져 이들에 대한 과세실액화(課稅實額化)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공평한 납세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아직도 현금 거래 같은 음성적 거래가 부분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능적인 탈세 행위가 아직 줄지 않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모든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고쳐 나가기 위해서는 납세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세금 본래 뜻대로 납세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내게 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일방적으로 뺏기는 게 아니라 연금(年金)과 같이 미리 저축(?)해 놓았다가 노년에 그 가운데 일정 부분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납세연금(納稅年金)’으로 인식하게 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백세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가 젊을 때 열심히 일해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납부해놓았다가 노년에는 미리 저축해 놓은 세금이라는 연금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게 해보면 어떨까. 바로 ‘납세연금’으로 말이다.

사외 논설위원(전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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