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형 이상 범죄' 의사 면허취소.. 의료계 "절대 불복"
"범법 저지른 국회의원 자격도 박탈을" 국민청원도
정치권 "집단 이기주의..파업 운운 도 넘어선 것"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민주당 권칠승·박주민·강선우·강병원, 국민의힘 곽상도,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등이 발의한 7건의 법안을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병합해 만든 대안이다. 실형을 선고받으면 출소 뒤 5년간, 집행유예인 경우에는 유예기간 종료 뒤 2년간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의료행위 도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면허 취소대상에서 제외됐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사 죽이기 악법이 통과됐다”며 “그간 그 부당성에 대해 합리적 근거로 지속 설명했으나 2020년 8월 투쟁에 대한 보복입법으로 시작된 의사 죽이기 악법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다. 13만 의사면허반납 투쟁, 전국의사총파업,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 중단 등 투쟁 방식을 두고 신속하게 논의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6개 시도의사회장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의료법 개정안은 한국의료시스템을 더 큰 붕괴 위기로 내몰 것이 자명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줄곧 의사면허 자율규제 관리 강화를 위해서 법 강화가 아닌 의사면허관리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면허관리를 법으로 하겠다는 것은 전근대적 생각”이라며 “면허에는 역량, 품격 등 복합적인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처벌권을 보건복지부가 가지고 있으면서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 강력범죄자가 생기면 어떻게 제도를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오로지 법만 바꾸려고 한다. 어린이집에 CCTV 설치했다고 아동학대가 사라졌나. 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개정안으로 의료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교통사고를 냈을 때 약점으로 삼아 무리한 요구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행정명령 개시 불복, 집회 등으로 인해 형사 처벌받더라도 의사면허를 잃게 될 것이다. 정부 입맛대로 움직이려는 속셈이나 다름없다. 범죄와 의료활동과의 연관성을 심사할 수 있어야지 단순히 법의 잣대를 들이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력범죄자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협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의협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살인이나 성폭력을 저지를 의사를 어떤 의사가 동료로 인정하겠느냐”며 “오히려 법적으로 면허가 유지되더라도 학술이나 지역, 친목 교류 등에서 배제되고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마치 의협이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도 박탈하지 못하게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의사에 대한 면허관리 강화를 두고 국회의원, 장관도 같은 조건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범법을 저지르는 의사들은 의사면허 박탈하게 하겠다는 법안 발의를 한다고 했다”며 “왜 의원들은 온갖 잘못 다 저지르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밝혀지는 데도 의원을 계속 하느냐. 국민들의 동의가 얻어지는 잘못을 저질렀거나 범법행위(자녀 부정입학. 청탁. 주식 사기 관련. 성추행. 성폭력.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 사회단체 악용 등)한 의원들도 자격 박탈하게 해달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에 대해서는 2300명 이상이 동의했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의협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은 생명을 볼모로 제 식구 챙기기에 앞장선 최악의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번 법 개정은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직종처럼 의사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되, 특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로 처벌받은 경우는 제외한다. 생명을 지키는 의사의 헌신과 도덕에 반하는 행동이 벌어진다면 국민은 의사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국민의힘 김근식 전략실장도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호사 등 전문직과 비교해도 면허취소 규정이 과도하지 않은데도, 코로나 백신 접종까지 거론하며 파업 운운하는 건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가장 고생하는 의사들인 만큼, 이해관계는 뒤로 미루고 코로나 위기극복에 헌신하는 자세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과도한 처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2일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백신 접종 참여를 거부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협의하겠다”면서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다. (의협이 자율징계권을 통해 의사면허를 관리하겠다는데) 면허관리는 정부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사회적인 여론이다. 의료계의 자율징계권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는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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