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담긴 성화, 엽서로 만들어 전도하니 효과 "
박영직(50) 경기도 용인 태평양교회 목사가 그림 한 점을 보여줬다. 슬픈 모습의 소년을 뒤에서 안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그린 유화였다. 전태영 작가의 그림 ‘소망’이다.
지난 19일 교회에서 만난 박 목사는 “이 작품은 기독 화가로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어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울며 붓을 꺾을 때 예수님이 찾아와 위로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며 “이 그림을 엽서로 만들어 갖고 다니면서 예수님이 주시는 위로와 사랑을 설명하며 복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를 비롯해 태평양교회 교인들의 전도법은 특별하다. 보통의 전도지 대신 기독 화가들이 그린 성화로 엽서를 만들어 거리로 나선다. 전도 훈련도 성화를 보며 그 안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선한 전도법을 접한 주민들의 반응은 좋다. 교회는 개척 첫 해부터 지금까지 이런 방법으로 전도해왔다. 교회 곳곳에도 성화가 걸려 있다. 성화가 교회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상가 1층에 있는 198㎡(60평) 넓이의 예배당에는 이날도 한 화가의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교회 본당에서 열린 72번째 전시회였다. 개척 직후부터 쉬지 않고 기독 작가들의 작품을 예배당에 걸었다. 작품 운송부터 전시, 홍보까지 전시회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교회가 부담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박 목사는 “50명 남짓 출석하는 교회지만 성화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는 교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기독 화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며 “기독 화가 사이에선 우리 교회가 나름 입소문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기독 화가들이 기도하며 그린 성화가 우리에게는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라며 “성화를 보면서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면 설교 준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도원에 성화 한 장 들고 가 종일 감상하며 묵상할 때도 있다”고 소개했다.
성화에 조예가 깊은 박 목사는 개척하기 전까진 그림에 문외한이었다. 박 목사는 협성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경기도 구리 예향교회에서 부목사로 3년간 사역하다 2006년 지금의 교회를 개척했다. 그동안 ‘감추인 십자가를 그리다’ ‘꽃에 감추인 복음’과 같은 성화 묵상집을 썼을 만큼 전문가적 식견을 갖췄다. 박 목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힐묵)을 통해 성화로 묵상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성화와 만남은 우연이었다. 개척 직후 빈 예배당에서 기도하던 중 환하게 웃는 예수님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교회 입구에 걸고 싶어졌다고 했다. 이런 그림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기독 화가들의 전시회가 근처에서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
박 목사는 “그 전시회에서 여러 기독 화가를 만났는데 그중 ‘소망’을 그린 전 작가와 만남이 특별했다”면서 “그분과 교류한 덕분에 교회 전시회나 성화 전도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최근 전 작가를 ‘미술선교사’로 임명했다. 그림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부여한 것이다.
박 목사는 “성화를 활용하면 복음도 전하고 지역사회와도 소통할 수 있다”며 “개척교회일수록 많은 이가 드나드는 게 중요한데 성화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교회도 성화를 활용한 전도로 주민과 접점을 넓혔고 교회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되면서 자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이름이 왜 ‘태평양’인지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 어머니 꿈 때문”이라며 “어머니는 내가 태평양에 뛰어들어 수영하며 노는 꿈을 꾸신 뒤 ‘태평양처럼 넓은 곳에서 헤엄치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다”고 말했다. 교회 이름이 태평양이 된 이유다. 꿈속의 수영이 박 목사에게는 목회가 됐다.
교회는 ‘꿈꾸는 다락방’ 카페를 통해 청소년들도 만난다. 코로나19로 당분간 문을 닫은 이곳은 청소년들의 놀이터였다. 박 목사는 “무시로 동네 중·고생들이 찾아와 공부하고 게임도 하는 공간”이라며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인 걸 알면서도 동네 아이들이 찾아와 즐겁게 놀며 교제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회 문은 24시간 열려있다. 가출 청소년이 교회에서 살다간 적도 있다. 언제든, 아무나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셈이다. 박 목사는 교회 앞 골목을 문화의 거리로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 ‘꿈꾸는 오솔길’이라고 이름도 미리 지었다.
그는 “주위 여러 교회와 협력해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싶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골목 깊숙이 퍼지길 소망한다”고 바랐다.
용인=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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