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발사창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2014년)는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매일 적는 일지 형식이다. 긴급 상황으로 동료가 떠나고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의 일지는 6화성일에 시작해 687화성일에 끝난다. 화성의 하루, 즉 자전 주기는 24시간 37분으로 지구와 큰 차이 없다. 하지만 화성의 1년, 즉 화성이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아 같은 자리에 돌아오는데 걸리는 공전 주기는 687일이다. 365일인 지구의 두 배에 가깝다. 일지가 687화성일에 끝난 건 우연이 아니다.
소설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와트니의 생존을 확인하고도 곧바로 구조 우주선을 보내지 못한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아무 때나 출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구와 화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동일한 각속도(원운동에서 단위 시간 회전한 각도)로 공전하지 않는다. 제각각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는 일정하지 않다. 가장 가까울 때가 5452만㎞, 가장 멀 때가 1억207만㎞다. 지구와 화성은 보통 780일(26개월)에 한 번씩 가장 가까워진다. 여기에 맞춰 지구에서 화성을 향해 우주선을 쏘아 보낼 수 있다. 우주선이 출발할 수 있는 이 기간을 가리켜 ‘발사창(launch window)이 열린 기간’이라고 한다.
최근 화성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우주선 세 대가 차례로 화성 (궤도)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10일 오전 0시 57분(이하 한국시각) 화성 궤도에 진입한 아랍에미리트 화성 궤도선 ‘아말’이다. 같은 날 오후 8시 52분 중국 화성 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마지막이 미국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다. 앞선 두 대와 달리 화성 궤도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표면에 착륙했다. 19일 오전 5시 55분이다. 아말은 지난해 7월 19일, 톈원 1호는 23일, 퍼서비어런스는 30일 각각 지구를 떠났다. 화성 발사창이 열린 게 지난해 7월 17일~8월 15일이었다.
다음 화성 발사창은 2022년 9월쯤, 그다음은 2024년 11월쯤 열린다. 2024년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주가 화성 이주를 위한 첫 무인탐사선을 보내겠다고 공언한 시점이다. 화성은 못 가도 달은 가야 하지 않을까. 당초 지난 연말 띄워 보낸다던 한국형 달 궤도선은 지금 어디서 뭘 할까. 달 발사창은 수시로 열린다는데.
장혜수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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