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현수 파동으로 드러난 비정상적 국정 운영
코로나 극복 위해 국정 정상화해야
검찰 인사에 대한 반발로 사퇴 의사를 거듭 밝혔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어제 업무에 복귀했다. 검찰 후속 인사에서도 당초 기류와 달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맞섰던 변필건 형사1부장을 유임시키는 등 추가 갈등 요인을 줄였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파문을 수습하려는 고육책으로 판단된다.
일단 인사 파동은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이번 사태를 이렇게 덮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사이에 진실 게임 양상으로 전개된 기습 인사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 검찰을 바로 세우겠다고 갖은 조치를 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고위 간부 인사를 비정상적인 절차로 밀어붙인 사안을 묵과할 순 없다. 법무부와 검찰의 조율 역할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패싱’해 임명 두 달도 안 돼 사표를 내게 한 사안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패싱’ 의혹까지 제기되는 만큼 명확한 설명 없이는 불신이 해소되지 못한다.
분란의 원인을 제공한 검찰 인사도 짚어봐야 한다. 조남관 대검 차장까지 어제 공개적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부장 교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을 만큼 이 지검장의 유임은 부적절했다. 여러 갈래로 진행되는 서울중앙지검의 권력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그를 무리해서 끌고 간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떳떳한 인사였다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 수석을 배제하고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전격 발표할 까닭이 없다. 범죄 혐의를 파헤치는 검사를 가로막는 게 현 정부가 생각하는 검찰 개혁인지 묻고 싶다.
이번 파문은 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대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온 인물이다. 대선 때마다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다. 집권 초기에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정보기관 개혁을 설계했고, 불과 두 달 전 민정수석으로 낙점됐을 때도 무한신뢰를 받았다. 당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신 수석은 대통령과 사법 개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민심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할 적임자”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를 임명한 직후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 이런 분위기가 확 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갓 임명된 박범계 장관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런 흐름을 역류시키긴 어렵다.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었거나, 강경파에게 휘둘려 대립과 갈등의 길을 택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느 쪽이든 청와대와 부처 간 조율이 정상의 궤를 벗어났음이 확인된 이상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은 매끄러운 국정 운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코로나 국난 시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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