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 걸었다던 '2·4 공급 대책' 집값 잡는 '끝판왕'?

김경민·강승태·정다운 2021. 2. 2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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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쇼크 수준 물량으로, 주택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확신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데 국토교통부 명운을 걸어달라.”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2025년까지 전국에 주택 83만6000가구를 짓는 초대형 공급 대책을 내놨다. 서울만 놓고 봐도 공급 물량이 32만3000가구에 달해 정부 말대로 ‘공급 쇼크’ 수준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공공주도 개발에 민간이 호응할지 미지수라 대규모 공급이 현실화될지 장담할 수 없다. 벌써부터 서울역 주변 쪽방촌 개발계획을 두고 땅 주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 발표일 이후 주택을 매입하면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한다는 규제도 위헌 논란에 시끌시끌하다.

▶2·4 대책 핵심 내용 들여다보니 ▷공공주도 개발로 규제 확 푼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최근 내놓은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에 따르면 서울 32만3000가구, 경기·인천 29만3000가구, 5대 광역시는 22만가구 주택이 공급된다. 이를 통해 전국에 83만6000가구를 짓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공주도 개발 물량이 상당수라는 사실이다.

공공주도 개발 사업 공급 물량은 33만2000가구로 전체 목표치(83만6000가구)의 40%에 달한다. 이 중 19만6000가구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 지역 저층 주거지에서 공공기관이 주도해 고밀 개발하는 사업으로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3년간 한시 도입한다. 용적률을 역세권 기준 최고 700%까지 올려주는 등 각종 규제를 풀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직접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시행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 사업’도 눈길을 끈다. 이 물량만 13만6000가구다. 공공 개입이 커지는 대신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 용적률을 법적 상한선의 1.2배까지 올려주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파트 35층 층수 제한도 풀어줄 방침이다. 정부는 민간이 추진할 때보다 수익률을 10~30%포인트 높이고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해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근책을 주는 대신 규제도 만만찮다. 정부는 이번 공급 대책을 통해 밝힌 사업 대상 지역에서 2월 4일 이후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신축 아파트나 상가 입주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공공 개발로 인한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조치다. 만약 2월 4일 이후 사업 대상지에서 주택을 취득하면 시세보다 싼 감정평가금액대로 처분해야 한다. 또한 신축 아파트 입주권은 동일한 사업 지역에서는 1가구 1주택이 원칙이다. 한 지역에서 여러 채 주택을 보유해도 입주권은 1채만 준다는 의미다.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전매가 제한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입주권을 받은 소유주는 계약일로부터 5년간 투기과열지구에서 추진되는 다른 공공 개발이나 일반 정비 사업의 조합원이 될 수 없다.

정부는 공공주도 개발 추진이 공식화되는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실거주 목적이 아닌 매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과열 조짐을 보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인근으로 확대 지정하고, 가격이나 거래량이 예년보다 10% 이상 오르면 사업 대상 지역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청약 방식도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정부는 전용면적 85㎡ 이하인 아파트 공공분양에 추첨제를 도입하고 일반공급 물량을 기존 15%에서 50%로 늘린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당첨 확률이 낮은 30~40대 중산층의 주택 장만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서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공공분양 주택에는 소득 요건도 배제한다. 기존에는 전용 60㎡ 이하 공공분양의 일반공급 물량에 소득(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과 자산 요건(부동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원 이하)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이 조건을 없애기로 했다.

▶시장 반응은 시큰둥 ▷수도권 매수 수요 오히려 늘어

정부가 대규모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2·4 공급 대책 이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 수도권 아파트 매수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월 10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8.8로 전주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 수치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수도권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2월 둘째 주 111.3으로 8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집값 상승세도 그칠 줄 모른다.

2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전국 아파트 가격은 0.27% 올랐다. 상승폭은 전주보다 0.01%포인트씩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대규모 공급 대책이 ‘미풍’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4 공급 대책 영향으로 그동안 상승폭이 높던 일부 지역은 관망세를 보였지만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는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7511건에서 올 1월 4181건, 2월 234건으로 급감했다. 매물도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은 2월 14일 기준 3만8667건으로 열흘 전(4만440건)보다 4.4% 감소했다. 서울 25개구 모두 매물이 줄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매매뿐 아니라 전세 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올 들어 조금씩 늘어나던 전세 매물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아실에 따르면 2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09건으로 2·4 공급 대책 발표 직후인 5일(2만1690건)보다 3.7% 줄었다. 정부가 내놓은 공급 대책에 전세 시장 안정 대책은 포함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셋집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집주인은 매물 내놓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8853가구로 지난해(4만9860가구)보다 4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을 강행하기로 한 데다 2·4 공급 대책에서 전세 시장 안정 대책은 빠져 있어 당분간 전세난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김경민·강승태·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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