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던 신현수, 일단 靑 복귀..사의 철회했단 설명 없었다

강태화 2021. 2. 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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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를 놓고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갈등을 빚다 사의를 표명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흘간의 휴가를 마친 뒤 복귀해 자신의 거취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임했다고 22일 청와대가 발표했다.

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신 수석이 출근해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날 오전 티타임 회의에도 정상적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수석ㆍ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미동도 없이 전방을 응시하는 신 수석의 모습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청와대는 이날 거취를 위임한 신 수석의 입장 표명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을 소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했다는 것은 확실히 상황이 일단락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선 "사의 표명이 있었고, (대통령이)반려 하셨고, (신 수석이)거취를 일임했으니 대통령께서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무슨 결정을 언제할지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7일 검찰 고위직 인사안이 발표된 이후 청와대와 정권 핵심부를 뒤흔들었던 민정수석 사의 표명 파문은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신현수 민정수석이 복귀했지만,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은)사표냐 아니냐, 복귀냐 반대냐, 이런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데, (현재는)확실히 상황이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는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하기 보다 일단 신 수석의 사퇴 논란이 가라앉고, 파문이 수습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신 수석이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깊은 사과를 하고 업무 복귀 의사를 밝힌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정이 이뤄진만큼 신 수석을 공격했던 여권의 강경파들도 더이상의 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신 수석의 청와대 잔류가 발표된 직 발표된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월성 원전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요청 등 현 정권이 껄끄러워하는 주요 사건 담당 검사들이 대부분 유임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요구했던 내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휴가 중에도 신 수석이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한 협의도 했고, 검토도 (법무부와) 함께 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고위 인사는 "문 대통령이 정권과 검찰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주문했던 신 수석이 극심한 갈등속에 청와대를 떠날 경우 정권의 레임덕을 재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말 사이에 신 수석에 대한 전방위 설득전이 펼쳐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신 수석에 대한 설득전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를 비롯해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 과거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이 상당수 관여했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 기류에 밝은 민주당 의원은 “주말을 거치면서 ‘신 수석이 복귀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간다’는 분위기가 확실하게 형성됐다”며 “간접적인 채널을 통해서라도 문 대통령과도 뭔가 이야기가 있지 않았겠는가. 그것 말고 다른 채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당직자는 "박 장관측도 검찰 중간간부 인사등을 고리로 신 수석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저는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 박범계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격정적인 감정을 토로했던 신 수석이 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업무에 복귀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특히 이날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설명 어디에도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했다"는 명확한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신 수석의 거취 위임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과 맞물려 정치권에선 "신 수석이 당장 사퇴할 경우의 충격파를 고려한 청와대와 여권이 신 수석과의 일시적인 휴전을 선택한 것 아니냐","일시적인 위기 모면을 위해 억지로 신 수석을 눌러앉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본지에 “참모가 대통령에게 항명하며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복귀하라는 차원의 설득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청와대 참모의 거취는 원래부터 대통령에게 일임돼 있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수석실 전면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정수석실 내 4명의 비서관 중 법무ㆍ반부패 비서관은 이미 사표를 제출한 상태라 민정라인 개편은 불가피한 상태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거취를 일임했으니 문 대통령이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대통령은 교체를 하든 여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언제든 적당한 시점에 민정수석을 교체하면서 상황을 정리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후임 민정수석 인선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또는 현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총장의 임기인 7월까지만 신 수석과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는 방향으로 청와대가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뉴스1

이와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번 사태 봉합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향후 적당한 시점에 후임 임명 준비가 되면 교체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뭐가 있을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을 불렀던 문 대통령의 검찰 고위직 인사안 재가 과정은 여전히 미스테리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장관이 대통령)재가 없이 (인사안을)발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 수석 본인의 입으로) '(박 장관에 대한)감찰을 건의 드린 바 없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재가 과정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피하고 있어 논란만 증폭되고 있다.

강태화·심새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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