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세, '투기세력의 실거래가 조작' 때문?

김원 2021. 2. 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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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가 이뤄졌다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올렸다가 취소한 케이스 중 절반은 당시 역대 최고가(신고가) 거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취소된 3건 중 1건꼴로 최고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기 세력이 실거래가를 조작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된 85만 5247건의 아파트 매매를 모두 분석한 결과, 3만 7965건(4.4%)은 이후 등록이 취소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 취소 거래는 지난해 2월 21일 거래 건부터 공시돼 있다. 취소 건수 가운데 31.9%인 1만1932건은 당시 최고가로 등록됐다.

천준호 의원실


서울은 거래 취소 건이 전체의 3.4%고 이 중 절반이 넘는 50.7%가 최고가로 등록된 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진·서초구(66.7%), 마포구(63.1%), 강남구(63.0%)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천준호 의원은 "'실거래가 띄우기'로 정의되는 신고가 거래 계약 체결 후 취소 행위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었다"며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일부 투기세력이 아파트 가격을 높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천 의원의 설명을 듣고 "정밀 조사를 통해 의도적으로 허위 신고를 한 경우 수사 의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 당일에 공인중개사 입회하에 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러면 허위가 불가능하게 되며, 나머지 잔금 등을 치르는 것은 공공플랫폼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홍기원 의원도 이날 "실거래가 입력 취소가 급증한 경우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실거래가 입력 후 취소와 호가 조작 간 연관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홍기원 의원실


홍 의원이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등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 등에 2018년 이후 '실거래가 입력 후 취소'가 전월 대비 급증한 적이 세 차례 있었는데, 이후 부동산 가격 지수가 급등하거나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지난해 6월 서울 실거래가 등록 취소 건수가 786건으로 급증했고, 7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52에서 2.14로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정부와 여당에서는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시세 조작을 위한 허위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거래가 취소될 경우 해제 일자를 공개하도록 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시점을 등기신청일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재 '계약 후 30일 이내'인 부동산 거래 신고 기준을 등기 신청일로 바꾸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부동산 거래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부와 여당이 집값 폭등의 원인을 "투기 세력에 의한 아파트 시세 조작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실거래가 등재 취소 건을 보면 동일한 거래인데, 중복으로 등록한 사례가 많다. 시세가 급등하는 지역의 경우 계약 과정에서 매도인이 시세 차익을 더 얻기 위해 계약금을 배상하고,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한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지난해 7~12월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된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 1966건 가운데 89건이 등록 취소됐는데, 이 중 73%(65건)가 동일한 거래의 중복 등록, 날짜 오기 등으로 인한 단순 취소 사례로 나타났다.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있는 공인중개사가 시세 조작에 굳이 가담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거래가 이뤄지면 신고 전에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거래 가격이 공유된다"며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오히려 거래 건수가 줄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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