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파편 맞은 배구 코트 '지금은 비정상'

김태훈 2021. 2. 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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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이 배구계를 강타한 가운데 경기 중, 감독 없이 선수들끼리 작전을 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KB손해보험은 2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전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다.

리시브 불안 속에 1세트를 내준 KB손해보험은 외국인선수 케이타의 힘을 앞세워 듀스 접전 끝에 2세트를 잡았다.

감독을 잃은 KB손해보험은 선수들이 중심이 되어 경기를 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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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감독 빠진 가운데 선수들끼리 작전 타임
OK금융그룹, 승리의 기쁨 만끽하기 어려운 분위기
이상열 감독 부재 속에 KB손해보험 선수들끼지 작전 타임을 보내고 있다. ⓒ 뉴시스

학교 폭력이 배구계를 강타한 가운데 경기 중, 감독 없이 선수들끼리 작전을 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KB손해보험은 2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전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다. 승점1 추가에 그친 KB손해보험은 2위 우리카드를 넘지 못했다.


리시브 불안 속에 1세트를 내준 KB손해보험은 외국인선수 케이타의 힘을 앞세워 듀스 접전 끝에 2세트를 잡았다. 김정호까지 힘을 더한 3세트도 가져갔다. 하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4세트 도중 세터 황택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흔들린 KB손해보험은 펠리페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뒤집혔다.


하위권의 KB손해보험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상열 감독의 공백은 컸다. 이 감독은 지난 20일 리그 잔여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감독은 구단을 통해 “과거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박철우 선수(한국전력)에게 깊은 상처를 준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다.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배구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이상열 감독은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으로 인해 촉발된 학교 폭력 파문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12년 전 태릉선수촌에서 이상열 감독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박철우(한국전력)는 그의 인터뷰를 접한 뒤 자신의 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고 적으며 분노를 금하지 못했다. 이후 이상열 감독은 박철우에게 사과하고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다.


감독을 잃은 KB손해보험은 선수들이 중심이 되어 경기를 풀어갔다.


감독은 없고 코치진도 빠진 상태에서 진행된 작전 타임은 주장 김학민이 주도했다. 선수들끼리 작전을 논의했지만 분명 혼란은 있었다. 고비에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지만 선수들끼리 짠 작전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작전 내용과 효과를 떠나 감독 없이 작전 타임을 보내는 진풍경은 학폭 파문으로 얼룩진 배구 코트를 지켜보는 팬들을 더욱 씁쓸하게 했다.


의정부체육관 ⓒ뉴시스

상대 OK금융그룹도 ‘학폭 파문’에 얽혀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핵심 전력인 송명근·심경섭이 '학폭 가해'에 대한 징계의 의미로 시즌 잔여 경기 출전을 포기한 뒤 팀에서 이탈했다. 팀의 주축들이 둘이나 빠진 OK금융그룹은 승리는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감독 없이 선수들끼리 작전을 짜고, 이겨도 만끽할 수 없는 분위기. 경기결과 보다 학폭 피해자들 폭로에 쏠리는 관심. 학폭 파편에 맞은 배구 코트는 지금 비정상이다.

데일리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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