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지방대 미달로 꼴찌까지 합격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대학이 속출하면서 추가모집 인원이 2만6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05학년도 입시 이후 16년만에 최대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추가모집이 전체의 90%를 넘었다.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속설이 현실이 된 셈이다.
2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162곳에서 진행되는 추가모집 규모는 총 2만6129명으로 전년도(9830명)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22일 9시 기준) 추가모집은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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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모집 인원 90% 이상이 지방대
추가모집은 정시모집 추가합격자까지 뽑았는데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에서만 진행한다. 올해 추가모집은 대부분 비수도권 지방대에 몰려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추가모집 인원은 총 2240명으로 전체의 8.6%에 불과하지만 비수도권은 2만3889명으로 91.4%에 달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북이 4331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3883명)‧전북(2566명)‧충남(1989명) 등이 뒤를 이었다. 경북 소재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이 총 9000여명인데 절반 가까이 채우지 못한 셈이다. 대학 중에는 대구대(경북·876명), 동명대(부산·804명), 상지대(강원·769명) 등 지방 사립대가 정시모집 인원의 절반 이상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 뿐 아니라 지역 거점국립대 중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을 실시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북대(135명)‧경상대(123명)‧부산대(90명) 등 지방거점 국립대 9곳이 715명을 추가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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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
이는 앞서 대입 정시모집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전국 187개 대학의 정시모집 결과를 조사한 결과 경쟁률 3대 1 미만인 곳이 90개교(48%)에 달했다. 정시에서는 1인당 3곳까지 원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 3대 1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본다. 특히 영·호남 지역은 78%가 경쟁률 3대 1 미만이라 대규모 미달이 예고됐다.
입시전문가들은 지방대의 대규모 미달 사태 원인을 학령인구 감소 탓으로 보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전년(54만8734명)보다 5만5301명 감소했다. 수능 지원자가 대학 입학 정원(55만5774명)보다 6만명이나 적게 된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의 입학경쟁률이 떨어지고, 추가모집 인원도 늘었다”며 “학령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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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학 "코로나에 정원 미달까지…대책도 없다"
지역 대학들은 정상 운영에 비상이 걸렸지만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분위기다. 부산의 한 사립대 교수는 “올해 코로나 여파로 외국 유학생이 크게 줄어 재정도 타격을 입고, 정원도 채우기 쉽지 않다”며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가 더 빨리 진행될 텐데 어떤 대책을 세워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추가모집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통상 90% 정도는 추가모집으로 충원하지만 올해는 수험생이 워낙 줄어 추가모집 인원이 200명 이상인 대학은 30~40% 미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에서는 지원자가 줄면서 턱없이 낮은 성적으로 합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 대입 커뮤니티에는 수능에서 평균 6등급 이하 성적을 받고도 지역 거점국립대 수학과에 합격했다는 사례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 학과에는 19명 선발에 49명이 지원했는데, 합격자들이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 추가합격이 이어면서 가장 성적이 낮은 지원자까지 합격했다.
입시 업계에서는 수시·정시에 이어 추가모집이 제3의 입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추가모집은 수시모집에 합격‧등록한 사실이 없거나 정시모집에 불합격했거나 등록을 포기한 경우 지원할 수 있다. 산업대‧전문대 정시모집 합격자는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 가능하다. 올해는 선호도가 높은 의‧치‧한의대도 전국에서 20명을 추가 선발하니 대학별 모집 인원을 확인해봐야 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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