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인 척 참석한 동창회에서 시작된 인연
[김준모 기자]
▲ <라스트 레터> 포스터 |
ⓒ ㈜미디어캐슬 |
이와이 순지는 미야자키 하야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함께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일본 감독이다. 국내에서 개봉 당시 11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러브레터>로 유명한 그는 <하나와 앨리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립반윙클의 신부> 등 특유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그의 신작 <라스트 레터>는 <러브레터>의 아련한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 같은 영화라 할 수 있다.
<라스트 레터>는 <러브레터>와 비슷한 구성을 선보인다. 두 작품 다 한 사람의 죽음(실종)을 계기로 사건이 시작되며, 주소를 오해해 보낸 편지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 언니 미사키가 죽은 후 장례식에 참석한 동생 유리는 동창회에서 온 편지를 발견한다. 언니의 부고를 전하기 위해 동창회를 찾은 유리는 동창들에 의해 미사키로 오해받는다. 얼떨결에 고등학교 졸업식 때의 미사키처럼 동창들 앞에서 연설까지 하게 된 유리. 그녀는 그곳에서 쿄시로를 만난다.
▲ <라스트 레터> 스틸컷 |
ⓒ ㈜미디어캐슬 |
스마트폰이 망가진 뒤, 유리는 쿄시로에게 미사키인척 편지를 보낸다. 미사키보다 쿄시로를 먼저 만난 건 유리였다. 유리는 미사키를 좋아하는 쿄시로에게 자신이 전해줄 테니 편지를 써 보라고 했다. 쿄시로가 마음을 다해 쓴 그 편지를 본 건 유리였다. 유리는 쿄시로를 좋아했지만, 쿄시로가 미사키를 좋아하는 걸 알았기에 그 마음을 쉽게 보여줄 수 없었다. 편지에 답장을 보내고 싶었던 쿄시로는 과거 졸업앨범을 펼쳐본다.
이 쿄시로가 졸업앨범을 펼치는 지점은 <러브레터>와 맞닿아 있다. <러브레터>는 후지이 이츠키라는 남자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그의 연인인 히로코는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편지를 쓴다. 후지이의 졸업앨범에 적힌 주소로 보낸 편지였는데 놀랍게도 답장이 도착한다. 알고 보니 당시 학교에는 두 명의 후지이 이츠키가 있었던 것. 이를 통해 작품은 후지이 이츠키의 옛사랑을 아련하게 보여준다.
▲ <라스트 레터> 스틸컷 |
ⓒ ㈜미디어캐슬 |
다만 차이라면 <러브레터>와는 다른 결말을 택한다는 점이다. <러브레터>의 감성은 아련함에 머물렀다. 후지이 이츠키는 돌아올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라스트 레터>에서도 미사키는 돌아올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쿄시로는 아유미와 소요카를 만나면서 미사키가 그에게 품었던 감정들을 확인하게 된다. 아유미와 소요카의 존재는 유리와 미사키, 쿄시로의 감정을 더 단단하게 동여매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라스트 레터> 스틸컷 |
ⓒ ㈜미디어캐슬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와이 순지 감독이 쓴 소설에서 보여줬던 쿄시로의 캐릭터가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설의 경우 쿄시로와 유리, 두 사람을 화자로 내세워 번갈아 가며 내면의 심리를 깊게 보여준다. 쿄시로가 미사키와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는 장면을 조금은 더 넣어 여운을 극대화시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러브레터>를 닮은 이 영화는 이와이 순지가 보내는 마지막 러브레터라 볼 수 있다. 참고로 <러브레터>에서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 1인 2역을 소화했던 나카야마 미호가 특별출연하며 그때의 감성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추억 속 사랑을 말하는 이와이 순지의 세상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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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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