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굿바이, 저출산 예산

2021. 2. 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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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급격한 출생아 수 감소와 20년 이상 지속된 합계출산율 1.3 이하의 초저출산 현상을 한 번에 바꿀 비법은 없다.

그런데 이런 논리라면 정부 예산이 전부 저출산 예산이 될 수 있다.

지난 15년간 저출산 예산의 37.9% 수준이다.

관련성이 낮은 예산, 보편적 사회보장 예산(결정 지원 예산), 가족복지 예산(행위 지원 예산)이 혼재해 실체가 모호한 저출산 예산 개념을 없애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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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급격한 출생아 수 감소와 20년 이상 지속된 합계출산율 1.3 이하의 초저출산 현상을 한 번에 바꿀 비법은 없다. 백가쟁명식 대응 방식이 쏟아지지만 한 가지부터 시작하자. 저출산 예산과의 작별이다.

2006년 약 2조1000억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약 40조2000억원까지 모두 225조4000억원 정도의 저출산 예산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 저출산 예산은 아니다. 질문 하나 한다. 첫째, 대학창업펀드 조성, 사회맞춤형 학과 지원, 교육·고용 간 연결고리 강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사업 예산이 저출산 예산인가? 둘째, 다양한 청년주택 공급,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은 저출산 예산인가? 1세 미만 의료비 제로화,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 난임 지원 확대,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아동수당 등은 저출산 예산일까?

첫째 항목을 저출산 예산 사업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항목은 다소 헷갈린다. 셋째는 대체로 저출산 예산으로 볼 것이다. 태어나 성인이 되고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돈을 저출산 예산에 넣는다면 첫째 항목도 저출산 예산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라면 정부 예산이 전부 저출산 예산이 될 수 있다. 청년 일자리나 주거 지원 등 둘째 항목은 자녀 출산 결정을 쉽게 하는 요인이지만 일자리가 있고 살 집이 있다고 반드시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 그래도 출산 여부 결정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의미가 있다. 이른바 ‘결정 지원’ 예산이다.

출산·돌봄 행위를 직접 지원하는 셋째 항목이 저출산 예산의 핵심이다. 지난해까지 ‘쏟아부었다’라는 저출산 예산 225조4000억원 중 ‘행위 지원’ 예산, 즉 아이 키우는 과정에 직접 들어간 예산은 85조3000억원 정도다. 지난 15년간 저출산 예산의 37.9% 수준이다. 지난해 저출산 예산이 40조2000억원, 그중 청년 주거 지원 예산이 18조원(44.8%)이었다. 행위 지원 예산은 6조1000억원(15.2%)에 불과했다. 실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 그 자체에 한국 사회는 돈을 아껴왔다. 이 행위 지원 예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가족급여(family benefits) 지출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의 가족급여 지출 비중은 OECD 37개 회원국 중 32위 수준이다. 그나마 무상보육과 아동수당 도입 등으로 최근 몇 년간 가족급여 지출이 급격히 확대돼 GDP 대비 1.2%(2018년)까지 올라간 결과다. 그러나 OECD 회원국 평균 2.1%의 절반 수준이다.

결국 비교적 출산율이 높은 대다수 선진국을 쫓아가려면 가족급여 지출을 늘려야 한다. 부처별 예산 항목을 집계해 작성하는 저출산 예산 개념을 아예 없애버리고 OECD 기준으로 공공 가족급여 지출 비중을 높이면 된다. 국가가 가족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관련성이 낮은 예산, 보편적 사회보장 예산(결정 지원 예산), 가족복지 예산(행위 지원 예산)이 혼재해 실체가 모호한 저출산 예산 개념을 없애버리자. 그리고 한국 사회가 얼마나 가족과 아이에게 투자를 늘리는지 OECD 기준을 가지고 냉정하게 관찰해보자. 수백조 원을 쏟아붓고도 효과가 없다는 소리를 앞으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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