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일본보다 푸대접받는 이유

임상균 2021. 2. 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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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일본 증시가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났다. 닛케이225가 지난 15일 3만엔을 돌파하며 1990년 8월 이후 30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225는 지난해 3월 저점에서 거의 2배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 코스피 못지않은 상승세다. 그 결과 일본 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25.2배까지 치솟았다. 일본 상장사들이 올해 벌어들일 수익에 비해 25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상장사의 PER은 15.1배에 그친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주식이 일본에 비해 60% 수준의 대접만 받고 있다.

과거에는 낮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 북한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거론됐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배당성향의 경우 한국 기업이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일본보다 외면받아야 할 이유가 될 정도는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MCSI 국가별 지수에 포함된 중대형 상장사의 배당성향을 산출해보니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이 36%, 일본은 이보다 크게 높은 57.9%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에는 한국 33.6%, 일본 39.5%로 유사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일본 기업 수익이 더 많이 감소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북한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도발의 잠재적 대상국에는 일본도 포함돼 있다. 우발적 상황을 가정해도 일본은 북한의 사정 거리 내에 있다.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가도 그래서 북한이다.

기업의 혁신 능력과 성장성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앞선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시총 상위 기업을 보면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네이버·삼성SDI·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다. 반도체, 배터리, 인터넷,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이 고루 포진돼 있다. 일본은 토요타·소프트뱅크글로벌·소니·키엔스(센서 업체)·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일본전신전화·닌텐도·리크루트 순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보다 일본 주식을 더 선호하며 양국 간 PER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코리아 패싱’이 두드러진다. 2010년 이후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보인 해는 2011년과 2015년뿐이었다. 그러나 문정부가 들어서자 2018년 대량 순매도로 돌아섰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팔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에 순매도였지만 올해는 두 달도 안 돼 15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

문정부에서 한국 기업들이 맞닥뜨린 대표적인 변화는 반기업·반시장 정책이다. 지난해 말에도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법을 만들어 기업의 숨통을 조였다. 기업의 이익을 나눠 갖자는 ‘이익공유제’까지 추진되고 있다. 2019년 한국 기업들이 낸 준조세가 67조5900억원으로 같은 해 순이익 111조원의 60%에 달한다.

기업이 투자와 성장에서 발목 잡히고 그나마 거둬들인 이익도 이리저리 뜯기고 있으니 투자자들이 좋아할 리 만무하다. 이쯤 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진보 정부의 반기업 정책을 거론해야 타당해 보인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7호 (2021.02.24~2021.03.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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