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車에 여친 매단채 질주.."결혼"으로 죗값 피한 남친 최후
#1. 다투던 여자친구를 자동차에 매단 채 100m를 질주하다 핸들을 꺾어 땅바닥에 떨어뜨려.
#2. 코뼈가 부러진 여자친구가 치료비를 요구하자 폭행으로 쇄골을 골절시켜 전치 7주 상해 입혀.
#3. 뒤늦게 여자친구의 임신을 알게 되자 결혼을 약속했고, 여자친구는 처벌불원서를 제출.
지난 2017년 서울에 사는 20대 연인 간에 벌어진 일이다. 여자친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가해자인 남자친구의 폭행은 모두 불기소로 종결됐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난달 20일 법원은 남자친구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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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매달고 100m 질주하다 떨어뜨려
사건의 발단은 연인 간의 사소한 다툼이었다. 지난 2017년 9월 A씨(28)는 여자친구인 B씨(29)가 거주하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B씨와의 말다툼이 심해지자 A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량이 주차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B씨는 문을 나선 A씨를 뒤쫓았다.
B씨가 주차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의 차량은 출발 직전이었다. B씨는 이를 막고자 A씨의 차량 보닛 위에 올라탔다. 그러나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보닛 위에 매단 채 운전을 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100m가량을 운전하면서 A씨는 B씨를 차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핸들을 좌우로 계속 움직였다. 결국 주차장 출구에 이르러서 핸들을 급하게 꺾어 B씨를 땅바닥에 떨어뜨렸고, A씨는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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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요구하자 화장실 데려가 다시 폭행
이날 사건으로 코뼈가 부러진 B씨는 수술을 받았고, 한 달이 흐른 뒤인 10월 A씨와 다시 만났다. 치료비로 사용한 1000여만원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에 화가 난 A씨는 B씨를 화장실로 데려가 세면대 쪽으로 밀치고 안면 부위를 수차례 폭행하기 시작했다. 쇄골 골절과 안면 타박상으로 B씨는 다시 전치 7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두 차례의 폭행에도 A씨는 처벌받지 않았다. 뒤늦게 B씨의 임신 사실을 알게된 A씨가 잘못을 빌며 결혼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결국 B씨는 “피고인을 처벌한다 해도 우리 모두 이득이 없고, 앞으로 결혼할 사이다”라고 말하며 경찰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A씨의 두 차례에 걸친 폭행 사건은 모두 불기소결정으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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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알게 되자 결혼 약속하며 합의
그러나 연인 간의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B씨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지 3주 만에 검찰을 찾았다. 이날 B씨가 준비한 건 상해진단서였다. B씨는 검찰에서 “피고인이 결혼하자고 해서 그 말을 믿고 처벌불원서를 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제출한 처벌불원서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 거짓이니 다시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A씨의 폭행으로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상해·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B씨가 번복한 진술이 논란이 됐다. A씨는 B씨의 코뼈와 쇄골 골절에 대해서 “실랑이 과정에서 B씨가 넘어져 입은 상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비록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했으나 검찰에서부터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진술 내용과 수사과정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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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어겨 다시 고소, 법원은 실형 선고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신순영)은 상해·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해 부위나 정도를 보면 넘어져서 입은 상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치료비를 부담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는 데 급급할 뿐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며 1심 선고 직후 항소했다. 1심을 맡았던 A씨 측 변호인은 “차량 보닛 위에 B씨를 매달고 운전을 한 것은 맞지만, 이는 A씨가 B씨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다툼이 있긴 했지만 A씨가 B씨를 폭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사건이 있고 난 뒤에도 A씨와 B씨는 같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등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며 “B씨의 유산도 폭행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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