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산들바람이 연쇄 산불 불렀다..2시간동안 4곳서 큰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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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안동 야간산불로 이어져
초봄 ‘산들바람’이 휴일인 21일 연쇄 산불을 불렀다. 2시간 새 전국 4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오후 9시 현재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산림청(청장 박종호)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21일 전국적으로 7건의 산불이 발생해 3건은 진화 완료하고, 4건은 오후 6시 현재 야간산불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산림청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첫 산불은 경남 하동군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41분쯤 하동군 악양면 미점리 미점마을 뒤 구재봉(해발 773m)의 해발 250m 고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공무원과 주민 등 600여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불이 난 직후 산림청·경남도 헬기 14대가 동원됐으나 일몰과 함께 철수했다.
불이 날 당시 하동 일대에선 초속 4m의 서풍이 불고 있었다. 초속 4m는 나뭇잎과 가느다란 가지가 흔들리는 정도의 산들바람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초속 5m 이상이면 수직으로 올라야 할 산불 연기가 누워서 흘러갈 정도로 불이 번지는 속도가 평소보다 빠르다”며 “지형과 기류에 따라 다르지만, 땅이 건조할 경우 불길을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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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일부 주민 마을회관 대피
하동의 산불이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3시 20분쯤 경북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야산에서도 산불이 났다. 소방대원 100여명과 헬기 10여대, 소방차 10여대, 안동시청 공무원 500여명이 진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불이 바람을 타고 계속 동쪽으로 번져가는 바람에 인근 일부 마을 주민이 이웃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산불이 난 주변의 국도 일부도 출입이 통제됐다. 안동지역도 산불 발생 당시 초속 5.6m의 산들바람이 불었다.
안동과 가까운 경북 예천군 감천면 야산에서도 이날 오후 4시 12분쯤 원인 미상의 산불이 났다. 불은 초속 5.2m 산들바람을 타고, 바싹 마른 나무 등을 태우며 오후 9시 현재까지 계속 번지고 있다. 충북 영동군 매곡면 야산에서도 비슷한 시각인 오후 4시 18분쯤 산불(초속 5.6m)이 발생해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이들 4곳의 산불 원인과 피해 면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앙산불대책방지본부는 야간 산불로 이어진 경북 안동 등 4개 지역에 이날 오후 5시 45분 기준 산불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소방청은 규모가 가장 큰 안동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경남·대구·울산 등 7개 시·도 소방본부에 동원령을 내려 소방차 등 장비 49대와 소방인력 122명을 현장에 추가로 파견했다.
아직 불길을 잡지 못한 4곳의 산불 이외에 이날 3곳에서 작은 규모의 산불이 잇따랐다. 전남 여수에서 오후 2시 19분쯤 산불이 났다가 3시 7분쯤 진화됐다.
경남 하동읍 비파리 마을 뒷산에서도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던 이날 오전 10시 49분쯤 산불이 났다가 한 시간여 만에 진화됐고, 0.5ha의 산림을 태웠다. 이밖에 경남 거창과 전북 남원에서도 작은 산불이 있었다. 산림청 측은 “21일 하루에 7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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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불 3건은 모두 진화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 발생과 번짐 현상은 모두 바람의 영향이 크다”며 “안동 산불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지역에 불고 있는 바람 때문이다. 건조가 심한 봄철은 산불에 취약한 시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화재 원인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날이 풀리면서 등산에 나선 등산객이나 농번기 준비를 하는 주민의 실화 가능성, 자연 발생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동·하동·영동=김정석·최종권·황선윤·김윤호·김현예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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