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티롤 호텔 불탔는데..마이클 잭슨 묵은 501호의 기적
20일 밤 발생한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 내 티롤호텔 화재가 2009년 사망한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소환했다. 투자 논의를 위해 1997년 방한한 잭슨이 이 호텔에 2박 3일간 묵었기 때문이다.
호텔을 덮친 화마가 잭슨의 흔적까지 태워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가 이어졌으나, 다행히 그가 투숙했던 객실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21일 “목조구조물로 돼 있던 호텔 지붕은 모두 탔지만 객실은 콘크리트로 쌓아 올려져 불길이 내부로까지 크게 번지지 않았다”며 “객실은 그을음 정도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잭슨은 쌍방울이 소유 중이던 무주리조트 어린이동산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24년 전 보도에 따르면 그는 경호원 3명과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1명을 대동하고 무주를 방문했다.
일행은 호텔 5층 전체를 사용했는데 잭슨은 스위트룸인 501호에 묵었다. 당시 중앙일보는 “리조트 측은 하루 숙박비가 380만원인 60여평 규모 티롤호텔 스위트룸의 구석과 천장에 온갖 색깔의 풍선 수백여개를 달아 놓았으며 거실 한켠엔 오락기계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잭슨은 이 방 침대 옆 나무협탁에 글자를 새겨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LOVE and SAVE OUR CHILDREN. KOREA IS GOD AND MUJU IS LOVE. LOVE always(아이들을 사랑하고, 구원해주십시오, 한국은 신이고 무주는 사랑. 영원한 사랑을 담아)’
문구 옆에는 사람 얼굴 그림도 새겼다. 이후 리조트 측은 잭슨이 머무른 것을 기념해 객실 이름을 ‘마이클잭슨방’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방한 기간 중 잭슨은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고, 이듬해인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무주리조트에 대한 투자의향서까지 제출했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잭슨이 묵었던 5층의 다른 방 역시 스타와의 인연이 깊다. 전 프로골퍼 박세리가 투숙했던 504호다. 평소 스키를 즐기던 박세리는 2001년에 이곳을 찾았다가 어깨를 다쳐 504호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도 방에 사진과 사인을 남겼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20일 오후 11시4분쯤 호텔 5층 목조구조물에서 불길이 시작됐다. 호텔 118개 전체 객실 중 31개에 머물던 투숙객 83명과 직원 4명은 불길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 건물 밖으로 모두 대피했다. 불은 21일 오전 3시 55분쯤 완전히 진화됐으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자세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소방당국은 화목보일러 연통이 과열돼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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