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대사, 숙부는 총참모장..'북한판 금수저' 신임 주중대사

정용수 2021. 2. 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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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출신 이용남 주중대사에
주중대사 역임한 전명수가 장인
숙부는 전 인민군 총참모장 이명수
처남 놓곤 고위급 2세 태자당 소문
"무역통 대사는 탈출구 모색 차원"

북한 외무성이 지난 19일 신임 중국 대사로 공개했던 이용남(61)은 내각 부총리 출신이다. 지난 2010년 현지에 부임했던 지재룡 주중 대사를 11년 만에 대신한다.

중국 주재 북한 대사에 임명된 이용남 전 내각 부총리.[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인사를 진행하면서 정치국 고위 간부 서너명을 제외하곤 만 70세 이상의 인물들을 퇴진시키고 있다”며 “지 대사의 교체 역시 세대교체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 대사는 1942년생으로 올해 만 79세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용남의 장인은 1977년부터 7년간 중국 대사를 지낸 전명수다. 전명수는 중국 대사에 이어 외무성 부상(고방산 초대소장)을 지냈다. 40여년 만에 장인에 이어 사위가 같은 자리에 가는 셈이다. 이용남은 2008년 48세에 무역상(장관, 현 대외경제상)에 발탁됐다. 이후 김정은 시대엔 내각의 무역담당 부총리에 올라 지난해까지 부총리 직을 유지했다.

지난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용남 내각 부총리(이상 당시 직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중국 대사에 무역통을 선발한 배경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무역담당 부총리에 이어 주중대사라는 요직에 오르는 배경엔 그의 집안 배경이 한몫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2월 동계훈련 현장을 찾았을 당시 이명수 총참모장이 수행하고 있다. 이명수는 이용남 신임 중국 주재 북한 대사의 숙부다. [사진 노동신문]

선군 정치를 펼처온 북한에선 군부의 입김이 강한데, 이용남의 숙부는 김정일-김정은 시대 총참모장을 지낸 이명수 인민무력성 고문이다. 또 이용남의 처남(전승훈)은 최고지도부에 충성을 맹세한 고위 간부 2세들의 모임인 북한판 태자당에 관여했다는 얘기도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 돌고 있다. 이용남은 북한의 대표적 금수저 집안 출신인 셈이다.

이용남은 평양외국어학원을 졸업한 뒤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태국어를 전공했다고 한다. 태영호 의원은 “이용남은 (평양)외국어학원(중등과정)을 졸업하고 베이징대학에서 유학했고, 그의 부인은 베이징외국어대에서 영어를 전공해 두 부부가 중국어와 영어 등에 능통하다”며 “이용남이 대학을 졸업한 뒤 외무성에 들어가 태국에서 공관 근무를 했지만, 귀국때 무역성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기억했다.

북한에선 외화를 ‘만지는’ 무역성을 선호한다. 이용남이 당초 외무성에 배치를 받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으로 무역성으로 옮겨 결국 부총리까지 올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부총리급 중국대사로 대북 제재 탈출 시도
정부 당국은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무역 전문가인 이용남을 주중 대사에 임명한 걸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13명의 주중 대사에 당 국제부 또는 내각 외무성의 차관급 이상 간부를 파견했다. 주로 양국의 정치ㆍ외교적인 문제를 논의하는게 중요하다는 차원에서다. 반면 이용남이 외교관 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신입 때 잠깐이었고, 무역 담당 부총리를 지낸 만큼 무역통으로 꼽힌다는 측면에서 향후 북ㆍ중 경제협력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립 상태에 있는 북한이 ‘부총리급 주중 대사’로 격을 높여 중국을 예우한 뒤 무역통 대사를 통해 경제제재 국면을 벗어나려는 탈출구 모색 차원이라는 지적이다. 태 의원은 “부총리급을 대사로 보내는 건 중국을 중시한다는 뚜렷한 표시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무역과 무상경제원조를 기본으로 삼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북한은 중국 대사가 중국편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 항상 통역을 사용하도록 했고, 중국 유학생 출신이나 중국어를 잘 하는 인물을 중국 대사에 보내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관례를 깨고 중국 유학생 출신에 중국어가 유창한 두 부부를 중국으로 보낸 건 중국과의 외교에서 무역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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