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승리호' 김태리 "이제 한국에서 구현못할 이야기는 없다"

류지윤 2021. 2.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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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 기준은 재미
전형적인 선장 이미지 탈피하려 고민

김태리에게 '승리호'는 그야말로 '끝내주는 작품'이었다.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던 SF 장르였기 때문에 자신이 '승리호'를 운전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더 기대가 되고 흥미로웠다. 보통 큰 덩치에 덮수룩한 수염, 근육질의 남자가 우주선을 지키는 '선장'의 전형적인 이미지라면 '승리호' 달랐다.


김태리의 장선장은 시원하게 넘긴 머리와 보잉 선글라스를 끼고 막말을 아무데서나 내뱉는다. 돈을 위해서라면 새치기도 마다치 않는 얄미운 짓도 서스럼없이 한다. 전형적인 이미지를 비트니 흥미로운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장선장은, 다른 남자 캐릭터에 둘러싸여 있어도 전혀 작아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배우 김태리가 가진 힘이다. 김태리는 고정된 이미지를 깨야하는 장선장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글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제 얼굴로 인물이 말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거든요. 그런데 '승리호'는 그려지지가 않았어요.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는데 이미지가 내가 아닌 것 같았어요. 조성희 감독님은 여전사 같지 않은 김태리가 선장 자리에 있을 때 나오는 포스가 전형적인 인물일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해주셨어요. 전형적인 인물이 아닌 장선장을 연기해야하는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제 머릿 속에도 선장이란 타이틀을 가진 인물의 전형적인 모습이 있었거든요. 그걸 깨는게 힘들었어요. 선장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크루들가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을 어느 부분에서 줘야할지를 시나리오에서 찾아내기 시작했죠."


'승리호'가 부성애를 전형적으로 다뤄 신파, 볼거리가 가득한 SF 영화지만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 등 보는 이에 따라 주관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김태리의 캐릭터를 살려내는 능력이나 연기만큼은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다.


"일단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를 심플하고 재미있게 잘 만들었더라고요. 또 장선장 혼자가 아닌 네 명의 주인공이 힘을 모아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그 안에서 저란 배우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궁금했고요. 제겐 큰 도전이었어요. CG가 많아서 대부분 초록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했는데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도 있었고요.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스크린에 어떻게 담길지 연구하는 과정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장선장은 태호에 비해 전사가 많이 드러나진 않았다. 천재적인 두뇌로 UTS에서 활약하는 인물이었지만 설리반의 신념에 반해 도망나와 결국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과정이 나왔지만 회상신으로 많은 것이 생략됐다. 하지만 김태리는 그것이 영화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조성희 감독의 연출을 지지했다.


"조성희 감독님이 글 속으로 소개되지 않는 큰 세상을 그리고 계시더라고요. 장선장 하나의 이야기만으로 영화가 나올 수 있을만큼요. 태호, 박씨, 업동도 그렇겠죠? 압축적으로 보여진 점이 있지만 영화 전체의 흐름과 스피디함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승리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충분히 잘 들어간 것 같습니다."


김태리는 SF 장르를 만들어나가는데 자부심이 있었지만, 장르에 갇혀 다른 부가적인 표현들을 놓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인물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에 따라 배우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 같아요. '승리호' 같은 경우는 장르라는 특성에 함몰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크루 간의 가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어차피 사람 사는 이야기다라는 생각으로 임했죠."


영화 '아가씨'로 데뷔해 '리틀 포레스트', '1987'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승리호'에 이어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까지 김태리는 충무로와 브라운관 러브콜 1순위인 배우다. 그가 캐릭터마다 어울리는 폭 넓은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활약의 비법에 김태리는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저를 캐스팅해주시는 분들에게 달린 일 아닐까요?(웃음)흔치 않게 다양한 캐릭터, 시대를 오가며 촬영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저는 재미 있느냐를 봐요. 최종 결정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내립니다.하하. 영화를 보는 순간의 재미, 이걸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승리호'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김태리는 '승리호'가 앞으로 나올 미래, SF 영화의 영감을 주는 출발이라고 평했다. 이제는 장선장을 보내줘야 할 때라며 많은 관객들과 영화인들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우주 영화로 멋있는 첫 출발이 된 것 같아요. 많은 감독, 작가님들께 영감을 크게 줬을 것도 같고요. 이 영화가 한국에서 이제 구현못할 이야기는 없다고 말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올 SF, 미래의 이야기들이 기대되요. '승리호'로부터 많은 가지가 쳐질 것 같아요."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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