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도 죽였다..中서 밀려온 역대급 모자반, 제주 뒤덮었다

최충일 2021. 2. 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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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최다량 지난달 넘어서..2월도 3000t 유입
지난 20일 오후 1시 괭생이모자반이 제주시 구엄포구내 바다의 절반 이상을 뒤덮은 모습. 최충일 기자

매년 봄 제주를 찾는 불청객 괭생이모자반이 올해는 2~3개월 일찍 제주도를 찾았다. 양도 역대 가장 많다.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입된 모자반은 약 8100t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유입된 5186t을 지난달(1월) 이미 727t 넘어섰고, 이번 달도 3000t가까운 양이 추가로 밀려왔다. 제주도가 집계한 수거량을 보면 2016년 2441t, 2017년 4407t, 2018년 2150t, 2019년 860t, 2020년 5186t이다.

지난 20일 오후 1시 괭생이모자반이 제주 구엄포구내 바다의 절반 이상을 뒤덮은 모습. 포구내 배들이 스크루를 들어 올린 모습. 최충일 기자

지난 20일 오후 1시 제주시 애월읍 구엄포구에는 모자반이 포구내 바다의 절반 이상을 검붉게 뒤덮었다. 정박한 레저보트 등은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하는 장비인 스크루를 모두 들어올린 모습이었다. 모자반이 포구내에 가득 찬 상황에서 시동을 걸었다가 모자반이 동력기관에 감겨 고장이 날 우려가 있어서다. 어민 김모(60)씨는 “조업을 나갈 때마다 이를 제거하느라 골칫거리”라며 “치워도 다음날이면 다시 들어오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 투입된 중장비들이 지난 9일 오후 모래위로 밀려든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지난달부터 해안에 쌓인 모자반을 수거하기 위해 중장비·인력 동원을 본격화 했다. 제때 수거하지 않을 경우 썩어 악취를 풍기고 미관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서는 모래위로 밀려드는 모자반을 치우기 위해 굴착기 등 중장비까지 동원됐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는 백사장 모자반을 수거하기 전에 인력을 동원해 해양쓰레기를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수거한 모자반을 신청 농가에 퇴비로 무상 공급기 위해서다.

지난해 제주시의 한 농가에 퇴비로 뿌려지는 괭생이모자반. 최충일 기자


문제는 모자반의 유입이 4~5월까지 이어질 경우 퇴비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공급이 농가의 수요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바닷물을 머금은 만큼 수분과 염분이 가득해 단순히 매립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제주도는 모자반의 수분·염분 등을 처리해 매립·소각하거나, 공장에서 비료로 대량 생산 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제주도는 모자반이 중국 동부 연안에서 발생해 해류와 바람에 의해 제주 연안에 대량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자반 더미는 해양생물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6일 제주시 한림읍 앞바다에서 국제 보호종 푸른바다거북이 구조돼 치료를 받았지만 죽은 채 발견됐다. 모자반에 걸려 탈진해 표류하던 몸길이 57cm, 몸무게 10kg 크기의 어린 거북이었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가 지난 9일 연구실에서 폐사한 푸른바다거북을 확인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김병엽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는 “괭생이모자반은 해조류 중 비교적 질긴 특성이 있어 어리거나 몸집이 작은 해양생물이 걸려 빠져 나오지 못할 수 있다”며 “이 거북도 어린 개체인 만큼,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모자반에 걸려 상태가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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