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임이자가 띄운 이례적 'CEO 산재 청문회'..재계는 술렁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대기업 산업재해 청문회’를 앞두고 정치권과 재계에 나오는 평가다.
먼저 타이밍. 과거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기국회 국정감사나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2016년) 같은 특수 상황에서 소환되는 일은 있었지만, 임시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건 처음이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청문회를 주도하는 것도 흔치 않은 풍경이다. 야당 환노위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지난 2일 “환노위 업무보고에 대기업 CEO들을 불러 산업 재해에 대해 논의하자”고 처음 제안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한 술 더 뜨면서 청문회로 판이 커졌다.
여야 의견이 모이자 청문회는 속전속결로 성사됐다. 지난 8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청문 개최안과 증인 채택이 통과되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채택된 증인은 포스코 최정우 회장, 포스코건설 한성희, 현대중공업 한영석, LG디스플레이 정호영, GS건설 우무현, 현대건설 이원우, CJ대한통운 박근희, 롯데글로벌로지스 박찬복,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대표이사다.
실제 이들 기업에선 산업재해 사망자나 부상자가 나왔다. 환노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포스코건설(19명), 대우건설(14명), 현대건설(12명), GS건설(11명) 순으로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엔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사 2명이, 지난해 10월에는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쿠팡풀필먼트에 직원이 숨졌다. CJ대한통운에서도 지난해 10월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다. LG 디스플레이에선 사망 사고가 없었지만, 1월 파주 공장 유해 화학물질 누출로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임이자 의원은 통화에서 “CEO들이 직접 청문회장에 서면 기업이 산재 예방 경각심을 되새기고 각종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청문회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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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책임 통감하지만…면박 주기 변질 우려”
하지만 “실질적인 예방책을 마련할 실무진이 아닌 CEO를 국회에 부르는 게 어떤 실익이 있느냐”는 재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로는 대책을 찾는 자리라고 하지만, 결국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기업 대표들을 면박 주는 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내년 1월 27일)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예방책이나 안전한 근무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도 전에, 보여주기 차원에서 청문회를 여는 게 아니냔 주장이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필요할 때마다 기업인들을 국회로 불러내 질책하는 ‘엄포성 청문회’가 상시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재해 사고 책임을 통감하고 정부와 협력해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갑자기 성사된 이번 청문회가 어떤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증인 채택을 놓고 잡음도 일었다. 포스코 최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에 ‘허리 지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에서는 강제 구인 방침을 세웠고, 국민의힘에서도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을 포스코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환노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 최 회장이 출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며 “CJ대한통운은 대표이사가 사표를 낸 상태라고 해서 다른 경영진으로 출석을 대체키로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이번 청문회를 주도하는 것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임 의원의 개인기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당 일각에서 청문회를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일자, 임 의원은 당 지도부를 찾아가 “노동 문제에 무관심한 ‘기득권 정당’이란 오명을 언제까지 가지고 갈 것이냐”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달라진 당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정강·정책을 개정,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는 등 노동계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CEO 면박 주기가 아니라 산업재해 방지책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분위기로 청문회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려도 여전하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인이 기업 경영진을 불러 세우는 일이 반복되면, 기업 입장에선 ‘옥죄기’로 느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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